[리먼브러더스 사태 5년] 불안한 글로벌 금융…임박한 '美 출구전략'이 또다른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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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금융위기' 가능성은
급증한 美·日·中 국가부채가 '불씨'
외자 빠져나가는 신흥국 이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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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 5위 투자은행이었으나 2007년 가을부터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2008년 3월 파산 위기에 처해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 베어스턴스의 앨런 슈워츠 전 최고경영자(CEO)가 사임 후 자신의 친구들에게 토로한 말이다. 베어스턴스 사건은 훗날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조였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쓰러졌다. 슈워츠의 이 ‘고해성사’는 리먼 파산으로 대표되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스스로도 인정했던 ‘비전통적·비정상적’ 방식의 양적완화가 점점 종착역을 향해 가는 가운데, 제2의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경제체질 개선은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지표상 살아나는 선진국 경제
일단 외형상으로는 리먼 사태 이후 5년째인 현 시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양호하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이던 미국은 지난 2분기(4~6월)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2.5%(수정치 기준)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경기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자동차판매는 지난달 150만31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6년 만에 최대치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 6월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다. 그리고 오는 17~18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일 발표된 고용지표(8월 비농업 분야 일자리 수 16만9000개 증가)가 시장 전망치(17만5000개 증가)에 비해 모자랐지만, Fed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유럽도 모처럼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였다. 7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난 것이다.
◆선진국 발목 잡는 부채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미국의 이 같은 성장세 이면엔 엄청난 ‘빚잔치’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5월에 법적 한도인 16조7000억달러에 도달했다. 금융위기 때에 비해 40%가 늘어난 것이다.
임시자금 확충을 통해 버텨온 미 재무부는 결국 지난달 26일 의회에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10월 중순 재정이 바닥난다”고 선언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의회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7~13일자)는 ‘리먼 다음은 어디가 될 것인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이 같은 부채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국과 일본도 결코 이 문제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지난 4~6월 성장률이 연율 기준 3.8%(수정치 기준)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끌어안은 부채는 국내총생산 (GDP)의 250%에 이른다. 중국은 아예 국가 부채 규모를 정확히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자 금융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럽도 부채의 덫에 걸려 있다. 유로존의 1분기 평균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92.2%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과 같은 초대형 금융위기는 아니더라도 소규모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위기 직면한 신흥국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경기침체와 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선진국 경제에 의존해 높은 성장 속도를 구가했던 신흥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세계 최대 철강사에 올랐던 인도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32억달러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궁지에 몰렸다. 주 시장인 유럽의 침체 때문이다. 팽창을 계속해온 중국 산업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조선사의 3분의 1이 이미 파산했다. 태양광업체의 75%는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아/노경목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