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노·사·정 대타협' 물 건너가나

한국노총 "노사정위서 논의 않겠다"…대법 판결 노동계에 유리 판단

정부 고용률 70% 달성 '비상'
전문가 "한노총 대화 참여를"
민노총, 한시적 대화기구 제안
한국노총이 10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통상임금 관련 논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은 노동 현안 해결을 위한 한시적 노·사·정 대화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정부 임금제도 개선안→노·사·정 합의→국회 법 개정’이라는 3단계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추진하던 정부 방침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통상임금은 대화로 해결해야”한광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시간제 일자리 등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노사정위에서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노동계 현안을 노사 대표와 함께 논의해 종합적인 임금·근로시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는 정부 방침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이달 중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논의가 마무리되면 대법원 판례와 임금체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을 입법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면 기업 부담이 38조원가량 늘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반면 노동계에선 그만큼 임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추가근로 수당을 결정하는 기준이어서 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이나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통상임금 문제가 고용률 70% 달성의 전제 조건으로 보고 노·사·정이 다른 노동 현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다루는 ‘패키지 딜’을 추진하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많은 근로자가 원하는 것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돼 당장 돈을 더 받는 것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또 “노사정위의 임금·근로시간 특별위원회에는 참석할 것”이라며 “통상임금 문제는 법원에서 보고 있는 만큼 정부나 노사가 협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장)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동계에 유리한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지면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이 섣불리 타협에 나서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임금 문제는 법적 문제를 넘어 노사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사회적 대화로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노총의 참여를 촉구했다.

◆민노총 “통상임금은 논의 대상 아니다”노사정위에 불참해온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관계법 제·개정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새로운 대화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소집권자로 해 새누리당을 포함한 원내 모든 정당과 노동계, 사용자단체 및 고용노동부 등을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개별 사안에 대해 연석회의를 제안한 적은 있지만 종합적인 노동 현안을 논의하자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통상임금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아니며 쌍용차나 교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이번 제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일단 국회의 판단을 보고 대화에 참여할지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