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골드만삭스 '유혹'에 넘어간 금융사

年4.4% 고금리 제안에 '시한폭탄' 1MDB 채권 투자

▶마켓인사이트 9월11일 오후 3시10분

국내 일부 금융회사가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증한 ‘1MDB’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동남아시아 현지 언론조차 ‘잠재적 시한폭탄’에 비유할 만큼 재무상태가 좋지 못하고 정쟁에도 깊숙이 연루된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이다. 연기금 등 대형 금융기관까지 투자에 가담한 경우 투자결정 심의기구의 역할마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말레이시아 정부 100% 소유 투자회사인 1MDB(1Malaysia Development Berhad)는 지난 3월 사모(私募) 방식으로 10년 만기 채권 3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블룸버그통신의 5월 보도에 따르면 이 채권의 표면금리는 연 4.4%지만, 단독 주관을 맡은 골드만삭스가 연 5.7%(액면금액 1달러당 90센트)에 인수했다. 수수료로 발행금액의 10%, 약 3억달러를 챙긴 셈이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10배 이상 많다.

11일 채권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금융회사들은 과도한 수수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알고도 이 채권에 투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특정 금융회사가 펀드를 통해 투자하기로 하고 환헤지 거래를 요청했으나 뭔가 불투명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대부분이 불투명한 채권을 샀다는 논란을 우려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골드만이 투자를 권유할 때부터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았다는 게 투자 검토 단계에 참여했던 회사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한 대형 금융회사 관계자는 “골드만에서 직접 채권을 팔러와서 한동안 투자를 검토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 혹은 같은 신용등급(A-) 채권보다 표면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아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사모로 급하게 발행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투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경제 주간지인 ‘디에지리뷰’는 지난 7월 1MDB를 ‘잠재적 시한폭탄(potential time bomb)’에 비유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