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원로 학자들의 苦言

인사이드 Story

"긍정적 역사 조명 공격 멈춰야…정쟁도구 곤란"

집필자 이명희 교수 "우리사회 좌파 득세…10년내 전복될 수도"
민주 "右편향…검정취소"…徐교육 "오류는 수정"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부쳐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정쟁으로 비화하자 원로 학자들이 “역사 교과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역사교과서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도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관에는 문제가 없다며 일부 오류에 대해 10월 말까지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민주 날선 공방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11일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초청강연에서 “현 국면이 유지되면 10년 내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전복될 수도 있다”며 “학문·교육, 언론, 문화 등 이념 관련 분야에서는 좌파가 이미 절대적 다수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좌파세력의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안중근을 테러리스트, 유관순을 여자깡패, 김구를 탈레반으로 썼다’고 공격하고 민주당 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고 한국처럼 발전한 사회에선 혁명을 꿈꾸기 힘든데도 한국에선 (혁명을) 가까운 현실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그 원인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역사 인식을 꼽았다. 그는 “이들은 교학사 교과서가 정식교과서로 채택돼 학교에 10% 이상만 보급되면 패한다고 생각하고 (채택률을) 1~2% 정도로 낮추고자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도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진보는 모든 걸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를 요구했다. 민주당 ‘역사 교과서 친일독재 미화·왜곡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이날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교학사 교과서가 ‘우편향’ 논란과 사실왜곡·오류 문제가 있다며 검정 취소를 요구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는 독재를 미화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후소샤(扶桑社)보다 더 일본의 입장에서 쓴 교과서”라며 “연도와 같은 기본 사실이 틀리고, 인터넷 자료를 표절하는 등 교과서로서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로들 “시장 선택에 맡겨야”

권이혁 전 장관 등 전직 교육부 장관과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 원로 역사학자 23명으로 구성된 ‘역사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라의 역사를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긍정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려는 학자들을 공격하는 일은 즉각 끝내야 한다”며 “역사교과서가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이제 남은 건 자유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며 “일선 역사 교사가 내용을 검토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최종 검정을 통과한 특정 교과서의 부분적 오류를 문제 삼아 교육을 정치 도구화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말까지 역사교과서 오류를 수정·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 장관은 “검정교과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역사관의 문제가 아니라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태웅/박상익/추가영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