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일감 몰아주기 규제안'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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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계열사 지분율 하한선' 놓고 입장차새누리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세부 적용 기준을 규정한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안 초안에 담은 기업 규제 범위가 너무 넓어 기업 경영 및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공정위 "30% 이상" vs 새누리 "40% 돼야"
새누리당은 규제 범위와 대상을 완화한 대안을 공정위에 다시 제안할 예정이어서 공정위 초안이 상당 부분 손질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경제민주화 후퇴’를 문제삼으며 여당과 청와대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범위 줄여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12일 공정위와 당정 협의를 하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정위는 이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상장 기업은 30%, 비상장 기업은 20%로 정한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했다. 이렇게 되면 상장사 30개, 비상장사 178개 등 총 208개사가 규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같은 규제 기준이 기업 간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훈 의원은 “공정위가 가져온 초안의 규제 강도가 전반적으로 과도하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며 “조만간 여당 정무위 위원들의 대안을 종합해 공정위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이날 협의에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 범위를 좁히기 위해 지분율 하한선을 적어도 상장 기업은 40%, 비상장 기업은 30%까지 높여야 한다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이 기준을 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지분율 숫자가 30%냐 40%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인위적인 규제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미치느냐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며 “지금은 경제민주화 후퇴에 대한 비판을 걱정하는 것보다 경제 회복 지연에 따른 위기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예외 조건 놓고도 의견 엇갈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예외 대상이 되는 기준에서도 당정 간 의견이 엇갈렸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할 때 거래 가격이 정상 가격과 ‘7% 미만’ 차이가 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현행대로 이 기준을 ‘10% 미만’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공정위의 설명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부당 지원 행위의 판단 요건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한 만큼 그냥 10%에서 7%로 낮추자는 것인데 논리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며 “현실을 고려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또 공정위의 자의적인 법 적용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 적용이 제외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규제 실효성 우려 공정위는 “여당이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주겠다니까 그걸 본 뒤 다시 상의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공정위가 경제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법으로 꼽고 있는데 시행령 단계에서 규제 수준이 현저히 약해지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체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주용석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