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예산 공사 단계별 배정…재래시장엔 IT기술 접목"

방문규 예산실장에 쏟아진 아이디어

총 2800여건 아이디어 접수
방 실장 "내년 예산안에 반영"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를 막기 위해 타당성 조사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경우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아이 잠시 돌봄 서비스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16층 회의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사진)과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일반 시민 8명이 마주 앉았다. 내년 예산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경북 안동에서 온 박모씨는 “해외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을 ‘문화 해설사’로 양성하면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참석자는 “노숙인을 위한 공공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근로대가를 통장에 적립해주고 목욕 쿠폰도 지급해 자활의지를 키우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전기 사용량이 일정 용량에 도달할 경우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복지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주부 김모씨는 “아이 잠시 돌봄 서비스나 찾아가는 예방접종 서비스 등 서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돼 전체 노선의 개통이 지연되지 않도록 공사를 예산에 맞춰 구간별로 나눠 단계별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 또는 공단별로 에너지 절약시간을 설정, 발전소에서 분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상인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전통시장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공하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젊은 고객들을 전통시장에 모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방 실장은 이날 참가자들이 낸 의견을 일일이 수첩에 적은 뒤 “제한된 재원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나라살림을 짠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오늘 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내년 나라살림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말부터 한 달간 효율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디어 공모전을 벌였다. 접수 결과 지난해보다 1.7배나 많은 2833건이 접수됐고, 이 중 60건의 당선작을 뽑아 내년 정부 사업에 반영하기로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