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바꾼 사건들] 저금리·서브프라임…정부실패가 낳은 버블, 월가를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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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0
(1)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Fed의 방만한 통화정책으로 시장에 화폐 공급량 급증
美 정부, 부동산시장 개입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유동화
왜곡된 시장은 거품 형성, 버블 터지며 금융위기 발생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현재까지 세계경제 침체 국면

안재욱 경희대 교수(서울부총장·경제학), 정기화 전남대 교수(경제학),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이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월가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한 시장 실패가 그 원인이라면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시장 개입은 잘못된 처방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도덕적 해이에 따른 월가의 과도한 이윤 추구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피상적인 관찰이다. 불완전한 인간 사회에서 탐욕과 도덕적 해이는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를 논할 때 가져야 할 의문은 ‘왜 그렇게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비정상적으로 만연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을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상식적으로 은행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고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는 결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은행이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려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2008년 금융위기 원인을 찾는 출발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급증하게 된 것은 미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입 때문이었다. 1990년 미 정부는 은행들의 지역개발 관련 대출 의무를 강화해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도록 1977년 제정된 지역재투자법을 개정했다. 게다가 1995년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유동화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은행으로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구입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러자 은행들이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기지 대출을 하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모기지를 매각했다. 매각해서 얻은 자금은 다시 주택시장에 투입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역시 정부가 손실을 보증해주기 때문에 위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은행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구입해줬다.
아무리 위험이 높은 투자라고 해도 자신이 책임지는 경우는 도덕적이다. 그러나 그 위험을 제삼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도덕적 해이다. 사람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자신이 책임지는 경우에는 신중하지만 자신이 아닌 제삼자가 책임지는 상황에서 위험한 투자를 늘린다. 주택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비정상적으로 만연하게 된 것은 바로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한편 주택가격 거품이 광범위해진 것은 바로 Fed의 방만한 통화정책 때문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Fed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저금리 정책을 써 화폐 공급량을 증가시킴으로써 닷컴 붕괴 후 후퇴해가는 미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이 저금리 정책으로 엄청나게 많은 달러가 풀렸다. 2000~2007년 풀린 달러가 미 역사상 그 이전까지 발행된 달러보다 더 많았을 정도였다. Fed의 저금리정책으로 풀린 엄청난 자금이 정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과 맞물려 주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그에 따른 은행 및 모기지 회사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Fed의 방만한 통화정책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거품이 터지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 서울부총장jwa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