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과학자 지휘 '유전자 백과사전' 편찬

최상돈 아주대 교수 '학술원賞'
김종건·이용일·최정연 교수 등 5명
정홍원 국무총리가 13일 학술원에서 열린 제58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문학 부문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 자연과학 기초부문 최상돈 아주대 교수, 박영식 학술원장, 정 총리, 자연과학 기초부문 이용일 서울대 교수, 자연과학 응용부문 최정연 서울대 교수, 한재용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석학들 앞에서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새로운 영감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더 정진해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최상돈 아주대 교수는 13일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열린 제58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시상식에서 자연과학기초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다양한 유전자·단백질 명칭을 통합해 유전자의 역사적 배경과 단백질 메커니즘, 질병과 연계된 기능적 설명 등을 담은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을 저술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그는 인간이 갖고 있는 2만여개 유전자 가운데 신호 전달에 관련된 유전자를 선별하고 미국, 프랑스, 일본, 호주,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유명 과학자 700여명에게 직접 의뢰하는 등 연구와 조사를 거쳐 4년여 만에 백과사전을 펴냈다. 최 교수는 “생명과학을 연구할 때마다 유전자 정보를 이곳저곳에서 부분적으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정보 정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학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과학자들을 상대로 기획하고 섭외해 백과사전을 펴내는 것은 보통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해왔는데 순수 한국인 과학자가 세계 유명 과학자들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공로라고 학술원은 설명했다. 최 교수는 “오래전부터 구상하던 것을 세계 학자들과 같이 정리했다”며 “부족한 부분은 보충해 현재 3권인 사전을 6권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술원은 최 교수와 함께 인문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모두 5명의 수상자에게 시상했다. 인문학 부문에서는 ‘피네간의 경야:개역’과 ‘피네간의 경야:주해’를 국내 최초로 번역해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을 한국에 알리는 데 기여한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자연과학 부문에서는 최 교수와 함께 백악기 당시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온실가스 함량 변화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한 이용일 서울대 교수가 선정됐다. 소아 심초음파의 실제 영상을 DVD 형태로 제작·정리한 ‘소아 심초음파’를 저술한 최정연 서울대 교수와 산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형질전환 가금(家禽·사육하는 날짐승) 생산기술을 완성한 한재용 서울대 교수도 자연과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한민국학술원상은 매년 우리나라 학술 발전에 기여한 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1955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22명이 받았다. 이번 수상자에게는 부상으로 각각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됐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