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발레 '심청'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추석은 부모와 조상에게 ‘효’를 다하는 날이다. 우리식 효는 부모 사랑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선다. 부모에게 복종하고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것이니 서구에서 이해하는 부모 자식 사이의 합리적 관계와는 다르다. 따라서 필자는 공연예술 가운데 효를 다룬 최고의 글로벌 걸작은 한국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이라고 믿는다.

발레가 워낙 유럽적인 산물이라 우리 전통과 삐걱거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심청’은 1986년 아시안게임 기념으로 초연된 이래 사반세기 넘게 계속 다듬어지면서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이 높은 수준으로 통합됐다. 특히 3막이 열리면 우리 궁궐 건축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케빈 피카드의 음악에 맞춰 추는 심청과 왕의 ‘달빛 파드되(2인무)’는 어느 유명 발레의 2인무 못지않은 최고의 춤이다.이윽고 전국에서 모인 봉사들이 눈뜨는 장면은 감동과 해학의 멋진 결합이자 효의 가치를 가슴으로 절감하게 한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