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안갯속으로] "신흥국 주가·통화가치, Fed 결정따라 급등락 반복될 것"

인터뷰 - 베스트셀러 '커런시 워' 저자 제임스 리카즈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기술혁신 등으로 수출경쟁력 높여야
베스트셀러 ‘커런시 워(Currency Wars)’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사진)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소형 투자은행 탄젠트캐피털의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미국 경제가 내년에 또 한 번의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미국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9월 FOMC 결정에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그동안 ‘연말이 되기 전에 채권매입(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경제지표가 Fed의 전망대로 개선됐을 때에 한해서’라는 전제 조건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장은 앞부분에만 주목하고 ‘9월 출구전략 개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8월부터 고용지표와 소비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일종의 군중심리가 작용했다. Fed가 시장을 속인 것이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에게 속은 셈이다.”

▷Fed가 언제 출구전략을 개시할 것으로 보나.

“시장에서는 벌써 ‘10월에 할 거다, 11월에 할 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이런 전망은 의미가 없다. 버냉키 의장의 말대로 어디까지나 데이터(경제지표)에 달려 있다. 다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는 10월 말까지는 9월 고용지표, 물가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 너무 많은 지표들이 예정돼 있다.” ▷연말 전에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Fed의 경기전망 성적표는 최악이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잘못된 전망을 내놨다. Fed는 자신들의 전망대로 경제지표가 개선될 경우 연말 이전에 출구전략을 개시할 수 있다고 말해왔는데 이번에도 전망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는 아직 불황(depression)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경기침체는 벗어났지만 경제성장률(1.5~2%)이 역사적 평균선(3.5%)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10월에 경기지표가 좋아져서 Fed가 출구전략을 개시하더라도 내년에 다시 채권매입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경기상황에 따라 채권매입을 줄일 수도 있지만 늘릴 수도 있다고 강조해왔다.”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 때에도 1933년 잠시 경기침체를 벗어났다. 하지만 1937년부터 2년간 다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생긴 이후에야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불황도 마찬가지 패턴을 보일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의 문제는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다. 세금, 규제, 노동생산성 등 구조적 문제는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백악관과 의회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 10년간 불황이 지속될 수도 있다.”

▷신흥국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단기적으로 Fed가 출구전략을 연기한 것은 신흥국 금융시장에 호재다. 투자자들이 지난 5월부터 출구전략에 따른 미국 내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신흥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이미 다시 신흥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 자본시장은 미국에 비해 작다. Fed의 정책 결정에 따라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등락하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다. Fed는 ‘신흥국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마치 골목길을 달리는 음주운전자(Fed)가 사고의 책임을 보행자(신흥국)에게 돌리는 꼴이다.” ▷신흥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금리를 인하하거나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해 통화전쟁에 합류하는 대신 기술혁신과 교육 등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여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제임스 리카즈는제임스 리카즈는 35년간 월스트리트에서 변호사와 투자은행가로 활동한 금융 전문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국제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쓴 ‘커런시워(Currency Wars)’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됐으며 한국에도 번역 출간됐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