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은 …KB·농협·대신證·파인스트리트 '4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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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지주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의외로 조심스러운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KB지주가 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다른 계열사 강화 차원에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가격이다.KB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우리투자증권의 최근 5개년 평균 당기 순이익은 1678억원이지만, 지난 회계연도엔 1230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를 감안하면 무리하면서 인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KB 이사회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7%로 우리투자증권(2.2%)보다 높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도 부결시켰다”며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찬성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반면 농협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지시로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서고 있다. 임 회장은 “기업금융과 대도시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은 농협금융에 꼭 필요한 회사”라며 “가격 싸움이라는 점에서 매각 구조는 심플하므로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파인스트리트와 대신증권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파인스트리트는 윤영각 전 삼정KPMG 회장이 지난해 말 설립한 회사다. 조건호 전 리먼브러더스 부회장이 공동회장이다. 우리투자증권 외에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사를 패키지로 인수해야 해 KB지주와 농협금융보다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윤 회장과 조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투자은행(IB) 업계의 거물이라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7월부터 우리투자증권 인수 TF를 구성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해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파인스트리트와 대신증권의 경우 투자자만 잘 모은다면 매각자금 극대화라는 요건에는 부합할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자 중 외국인 비중이 너무 클 경우 인수자와 당국 모두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명분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