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이중잣대'…위안부 외면하며 유엔선 여성인권 강조 예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가 유엔 총회에서 전쟁 중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문제를 강조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외면해온 일본 정부가 여성 인권을 뒤늦게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오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전쟁 중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제기금에 출연하는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기금 출연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1억엔(약 11억원)가량을 반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움직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두 차례 구술서 전달에 묵묵부답이었던 기존 일본 정부의 태도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아베 내각은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며 부인하고,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 보상 책임은 이미 사라졌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해양 국가로서 법에 따른 지배도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015년 10월로 예정된 일본의 소비세율 2단계 인상 방안은 유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베 총리는 22일 일본 민영방송사인 TV아사히에 출연, 소비세를 10%까지 올리기로 한 기존 계획에 대해 “8%로 인상한 이후 경제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세 인상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현재 5%인 소비세율을 내년 4월 8%로, 2015년 10월엔 10%로 두 번에 걸쳐 인상하기로 한 상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