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식품 시장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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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파는 '호텔요리사 간편식'1인 가구 증가로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호텔 요리사를 영입, 간편식의 고급화에 나서는가 하면 낱개 상품을 많이 파는 편의점의 매출 증가율이 대형마트를 추월했다. 마트와 편의점은 소고기, 야채는 물론 와인까지 소포장 제품을 내놓고 있다. “조만간 일본처럼 모든 식품이 1인용 포장상품으로 팔릴 것”(남장현 경북대 식품외식학과 교수)이란 분석이다.
○상품 고급화·다양화식품업체인 대상은 최근 그랜드힐튼호텔과 신라호텔의 요리사 출신인 김규진 씨를 채용, ‘마늘찜닭’ ‘안동식찜닭’ ‘매운양푼찜’ 등 3종의 간편식을 선보였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요리연구가인 에드워드 권과 함께 ‘코코넛 돈까스 도시락’을 자체상표(PB) 상품으로 개발했다.
간편식의 진화는 이 같은 고급화에 그치지 않고 상품의 다양화로도 나타난다. 코카콜라는 300㎖짜리 용기제품을 내놓았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87㎖ 크기의 ‘옐로테일 시리즈’ 와인을 팔고 있다. 켈로그 시리얼 ‘콤보팩’은 한 끼 분량의 시리얼인 27g을 낱개로 소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풀무원은 소용량의 ‘신선한 네모두부’를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쌀도 1㎏ 혹은 2㎏ 단위로 팔려나간다. 식품업체인 아워홈은 지난해 9월 기존 대구탕 알탕 동태탕의 용량을 600g에서 400g으로 줄여 15% 수준이던 즉석 탕류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렸다.
○유통·소비패턴 변화
세븐일레븐에서는 올 들어 봉지라면과 컵라면의 판매량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컵라면과 봉지라면의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 59 대 41로 좁혀졌다. 2010년엔 75 대 25를 기록했다. 조용범 세븐일레븐 상온식품팀장은 “간식용인 컵라면이 아니라 식사대용인 봉지라면이 많이 팔리는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판매량은 올 상반기 각각 54.3%와 56.7% 늘어났다. GS25는 61.2%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7월 내놓은 컵밥은 두 달간 32만개(8억원어치)가 팔렸다. 2월 컵국밥 4종을 출시한 대상은 다섯 달 만인 7월 말까지 100만개를 판매했다.
황지선 CU 간편식품팀 상품기획자는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작년 말 현재 454만가구로 전체의 25.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편식을 주로 파는 편의점의 판매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편의점 매출은 2010년 월평균 대비 61.6% 늘었다. 같은 기간 0.8%의 성장률에 그친 백화점은 말할 것도 없고 40%의 판매증가율을 보인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을 크게 앞질렀다. 이화영 리딩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업계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마트도 소용량 식품에 올인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묶어 팔던 대형마트도 이에 따라 1인용 소포장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990원짜리 소포장 채소가 인기다. 기존 제품의 30% 수준으로 용량을 줄였다. 롯데마트에서는 다른 재료를 추가로 넣지 않아도 끓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RTC(Ready To Cook) 제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133.7% 늘었다. 홈플러스는 최근 한우 450g 한 팩을 세분화해 75g짜리 6개 팩으로 나눠 포장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