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완성…트렌치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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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스커트·블랙 정장…어디든 어울리는트렌치코트의 계절이다. 깃은 세우고, 소매는 살짝 걷은 채 바람에 날리는 트렌치코트는 가을패션의 상징이다. 허리끈을 꽉 조여 몸매를 강조하는 것도 트렌치코트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버버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트렌치코트의 코디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트 오브 더 트렌치’로 불리는 프로젝트다. 유명인들이 여러 모양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찍은 사진을 버버리 홈페이지에 공개해 트렌치코트의 멋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버버리 '아트 오브 더 트렌치'
서울 북촌·경복궁…같은 옷 다른 느낌, 다양한 코디법 연출
군복에서 진화한 버버리 트렌치코트버버리가 트렌치코트의 대명사로 인식된 것은 역사가 깊다. 1890년대 레인 코트는 개버딘이라 불리는 방수 및 주름방지 가공 처리가 된 색다른 면 소재로 제작됐다. 당시 레인 코트를 만들던 토머스 버버리가 1차 세계대전 이후 견장과 가죽 허리띠가 가미된 트렌치코트를 디자인했다. 이후 군대 장교들이 겉에 입는 유니폼으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선택하면서 대중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산악인, 비행기 조종사, 탐험가, 운동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았음은 물론이다. 특히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사랑했던 유명인으로는 최초로 남극 탐험에 성공한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젠 선장, 영화 ‘카사블랑카’의 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먼,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꼽힌다. 또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7세는 버버리의 개버딘 트렌치코트를 자주 입었는데, 코트를 입을 때마다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버버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이콘으로서 트렌치코트를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는 “트렌치코트는 전쟁 중에 탄생했기 때문에 어깨 견장, 가슴의 건 플랩(소총의 반동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덧댄 천), D링(탄약 등을 소지할 수 있는 벨트 고정 부분) 등 모든 세세한 것에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며 “이렇게 클래식한 역사가 고스란히 버버리 트렌치코트에 담겼기 때문에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어도 트렌치코트의 인기는 시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장부터 캐주얼까지 ‘만능’
‘아트 오브 더 트렌치’ 행사에서 모델 아이린 씨가 입은 코트(200만원대)는 가장 고전적인 모양이다. 기장이 짧은 디자인의 특성을 살려 새빨간 긴 치마 위에 입어 눈길을 확 끌었다. 코트 단추를 끝까지 다 채우고 허리 벨트도 묶어 긴 키와 날씬한 몸매를 강조한 것이다. 반면 가수 수영 씨는 검은색 미니 원피스 위에 가죽을 덧댄 검정 트렌치코트(200만원대)를 입었다. 팔 부분을 가죽으로 만들어 색다른 질감을 느끼게 한다. 가수 이효리 씨는 스니커즈와 스키니진 위에 코트를 걸쳐 트렌치코트가 캐주얼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소매에 달린 두 줄의 스트랩을 가죽으로 만들고 단추 색도 달리한 이 트렌치코트(200만원대)는 아이보리와 카키색으로 나왔다.
아예 다른 소재로 만든 독창적인 코트도 선보였다. 배우 유아인 씨가 입은 버버리의 트렌치코트(300만원)는 고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질감이나 색감이 매우 독특하다. 이번 시즌에 처음 선보인 고무 코트는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게 특징이다.
‘기본’에 충실한 코디도 엿볼 수 있다. 배우 전도연 씨와 이정재 씨는 바지 정장 위에 트렌치코트를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마치 신경 쓰지 않은 듯 무심하게 걸쳐도 좋고 소매를 살짝 걷어올린 채 허리끈을 질끈 매고 입어도 좋은 것이 트렌치코트이기 때문이다. 버버리의 아트 오브 더 트렌치는 2009년 처음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200여개 나라에서 진행됐다. 이번에 한국에선 유명인 50명이 인사동, 청담동, 경복궁, 북촌 등에서 촬영했다. 버버리 홈페이지(burberry.com)와 유튜브(youtu.be/o99VeAKhlEQ), 버버리 매장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