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살포시 놀러왔다 하염없이 머물게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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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C1
호주 멜버른
패션·문화·예술·음식 가득한 멜버른 골목은 '영화속 풍경'
거친 파도 옆 절벽 따라 달리면 우뚝 솟은 기암괴석 모습 장관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인 12사도상의 일몰 풍경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309/AA.7885107.1.jpg)
패션과 스타일의 도시 멜버른
![멜버른 쇼핑의 메카인 GPO 앞으로 트램이 지나간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309/AA.7885106.1.jpg)
패션뿐만 아니다. 음식, 디자인, 예술, 문화 전반에 걸친 모든 것들에 개성과 생기가 가득하다. 멜버른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와 스타일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콜린스 스트리트에 자리한 블록 아케이드에서 시작한다. 1890년대 초반에 지은 건물로 이탈리아식 모자이크 타일 바닥과 팔각형의 돔형 유리 천장, 정교한 레이스 문양의 석조 기둥 장식 등이 19세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골목을 지나면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아케이드인 로열 아케이드가 나온다. 로열 아케이드에서 나가면 보크 스트리트의 GPO에 닿는다. GPO는 멜버른의 역사적 유적지인 중앙우체국(General Post Office)의 본체 위에 현대건축을 더해 리모델링을 한 뒤 2004년 쇼핑몰로 단장했다. 멜버른의 쇼핑, 음식, 패션 명소로 자리잡았다.
GPO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플린더스 레인에서 스완 스톤까지 이어지는 캐시드럴 아케이드는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거리 구석구석의 그라피티와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들은 도시에 활기를 더하고 멜버른을 멜버른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명품 상점 밀집 지역인 콜린스 스트리트, 멜버른의 유명 디자이너 부티크가 몰려 있는 리틀 콜린스 스트리트, 호주 예술가들의 터전이자 아티스트 공방이 많은 브런즈윅 스트리트도 각각 거리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야라강 남쪽에 위치한 세인트 킬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선데이 마켓에서는 200여개의 상점이 자신들이 만든 각종 수공예품과 작품 등을 판매한다. 몇몇 제품은 정식 매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웅장한 자연
멜버른에서 차로 두 시간 반 거리에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귀향한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13년짜리 초대형 도로공사의 결과물이다. 멜버른의 남서쪽 토키에서 서쪽의 와남불까지, 거친 파도를 곁에 두고 절벽 위를 달리는 길이 무려 243㎞나 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빼고는 호주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시작점인 토키 해안은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수식답게 크고 작은 파도가 쉴 새 없이 다양한 리듬으로 밀려든다. 키아누 리브스와 페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영화 ‘폭풍 속으로’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는 호주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포트 캠밸이다. 태평양 위, 기암괴석들이 우뚝 솟은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일몰이 되면 파도가 깎고 빚어낸 기암괴석들이 붉은 옷을 덧입는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거세게 밀려드는 깊고 푸른 바다와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바위들이 서 있는 장관은 숨이 멎을 지경이다.
포트 캠벨 국립공원의 다른 이름은 두 가지다. 첫째는 ‘12사도 해상국립공원’이다. 바다 위의 기암괴석이 예수의 열두 제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누가 언제 붙인 이름인지에 대한 유래는 없다. 수만년에 걸친 파도의 침식 작용에 4개의 바위가 무너져 내려 현재는 12개의 바위 중 8개만이 남아 있다. 2007년, 바위가 무너져 내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던 기억이 아직까지 아련하다. 두 번째 다른 이름은 ‘십렉 코스트’다. 우리말로 바꾸면 난파선 해안이다. 거친 파도 때문에 침몰한 80여척의 배들이 십렉 코스트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상까지 트레킹하는 그레이트 오션 워킹 투어에 참가하거나, 헬기투어를 이용한다. 어느 방법이건 웅장하고 신비한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인간의 언어적 한계와 나약함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질 좋고 다양한 와인을 즐기는 재미
투어를 통해 도메인 샹동의 역사와 와인 제조 과정을 견학한 후 네 종류의 스틸 와인과 네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멜버른에서 야라 밸리로 이동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벨그레이브역에서 퍼핑빌리로 이동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기차와 버스를 갈아 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1900년부터 운행해온 증기기관차를 타고 단데농산맥의 울창한 숲을 칙칙폭폭 달리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경쾌한 경적소리, 기차가 뿜어내는 흰 연기, 초록의 전원마을, 계곡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빨간 기차, 달리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지역 주민과 그에 답례하는 여행객까지…. 모든 것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여행팁
멜버른=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