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채동욱 '혼외자 의혹' 정정보도 소송 취하, '진실게임'서 한발 후퇴…유전자 검사도 불투명

채 "유전자 검사 조속 시행"
법조계 "소송 취하 납득 안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30일 퇴임 직후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채 전 총장 변호인단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채 전 총장이 지난 24일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취하서를 이날 오전 법원에 제출했다. 채 전 총장은 오후에 출입기자단에 이메일을 보내 “그동안 가족들이 인격살인 수준의 명예훼손을 당해 파김치가 됐다”며 “진실규명이 담보되지 않을 수도 있는 소송을 진행해 가족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감내하게 할 수 없다”고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정에서 근거 없는 의혹만 확산될 것”이라며 “1심에서 승소하더라도 2·3심으로 이어지는 장기간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은 일단 취하하지만 대신 진실 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별도의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지검 검사는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채 전 총장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검찰 내부에서도 ‘뭔가 켕기는 게 아니냐’며 비판했을 것”이라며 “여론에 떠밀리듯 제기한 소송이지만 법정 공방을 벌이더라도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사표 수리 직후 취하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채 전 총장이 언급한 ‘별도 강력한 법적 조치’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형사상 명예훼손 소송으로 분석된다.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하더라도 이들 소송은 가능하다. 그러나 임씨의 행방이 묘연한 데다 소재를 파악하더라도 유전자 검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검사를 진행할 수 없어 채 전 총장의 ‘선(先)유전자 검사·후(後)법적 절차’ 방침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유전자 검사가 불발돼 의혹이 사실무근이란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채 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지만 채 전 총장은 이미 사인(私人)이 된 상태라 진실 규명을 강제할 법적 근거도, 진실을 규명할 의무도 없게 된다.

채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아내와 딸이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열고 25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4월 38대 검찰총장에 오른 지 180일, 혼외아들 의혹으로 법무부 감찰 대상이 된 지 17일 만이다. 그는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다”며 “낙엽귀근(落葉歸根),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듯 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