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3社 법정관리 신청] 레저·인터내셔널 청산 유력…시멘트는 채권단이 공동 관리할 듯

동양그룹 사실상 해체 수순 돌입

레저 청산땐 현 회장 경영권 유지 어려워
증권은 매각 추진…(주)동양 회생 모색
재계 38위인 동양그룹의 계열사 세 곳이 30일 일제히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해체 수순에 들어간 그룹의 미래를 상징하듯 서울 청계천로에 있는 ㈜동양 본사 앞에 붉은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형제회사인 오리온이 지원을 거부하면서 동양그룹은 자력으로 회생의 전기를 찾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2조3000억원가량의 채무를 갚을 능력이 태부족했기 때문이다. 동양은 마지막까지 동양파워 등 계열사 매각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모두 불발로 끝났다. (주)동양과 실질적 지주회사인 동양레저 및 동양인터내셔널이 동시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현 정부 들어 재계 순위 13위(자산 기준·공기업 제외)인 STX에 이어 38위인 동양마저 공중 분해될 운명에 처했다.

○구조조정 실기가 화 초래

동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제조업 주력인 시멘트와 레미콘 부문이 휘청거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동양생명을 매각하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계속되는 건설경기 부진으로 업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대규모 적자에 시달렸다. 은행권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때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점이었다. 동양은 그러나 소매금융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동양증권을 창구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택했다.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CP 등을 발행해 막는 사실상의 ‘돌려막기’를 했다. 이렇게 해서 레저와 인터내셔널이 발행한 CP만 8000억원(그룹 전체는 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동양은 오는 24일부터 더 이상 돌려막기를 할 수 없게 됐다.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동양증권이 계열사의 부적격 상품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동양은 지난해 말 고강도 경영개선안을 발표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최근 들어 동양파워 등 모든 계열사를 팔겠다고 했지만 믿었던 동양매직 매각마저 실패하면서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해졌다.

오랜 기간 새 수익원을 찾지 못한 것도 그룹 파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CP는 고통을 일시적으로 잊게 해주는 진통제 역할을 했을 뿐 근본적 처방은 되지 못했다”며 “너무 늦게 핵심 계열사 매각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

동양은 마지막까지도 동양레저의 법정관리만은 막으려고 했다. 동양의 지배구조는 현재현 회장→동양레저→(주)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로 돼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증권도 지배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볼 수 있다. 그런 레저와 인터내셔널, (주)동양까지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현 회장의 경영권은 사실상 사라진다. 핵심 계열사인 시멘트 증권 등에 대한 연결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동양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법정관리를 신청한 레저와 인터내셔널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여서 청산 가능성이 높다. (주)동양은 법정관리 이후 회생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의 최대주주인 동양시멘트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30일 “동양시멘트에 대해 채권단 공동관리가 가능할지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생명은 이미 보고펀드로 주인이 바뀐 상태여서 계열 분리된다. 동양증권은 매각이 추진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현 회장의 장남인 승담씨가 대표로 있는 동양네트웍스를 중심으로 동양이 회생을 도모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동양 창업주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은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오리온 주식을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했다.

동양 관계자는 “CP 발행 창구였던 레저와 인터내셔널 외 다른 계열사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어 지배구조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