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클래식 정상 오른 배희경 "다운스윙때 하체 먼저 돌려야 장타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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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치면 러프에 빠져도 속은 '후련'
"은퇴한 뒤 제 이름 건 아카데미 하고파"

배희경은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한 인터뷰에서 “레슨을 해준 뒤 잘 치는 후배나 지인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사람들이 한수 가르쳐달라는 말을 안 하면 섭섭할 정도”라며 “3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제 이름을 건 아카데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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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장타 랭킹 8위인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장타를 칠 수 있느냐’는 것. 그는 “아마추어들은 드라이버를 칠 때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오른쪽 어깨가 먼저 달려든다. 하체가 먼저 회전을 해야 하지만 이 부분은 말을 해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이 부분을 집중 연습해야 한다”고 답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리듬을 꼽는다. “샷이 가장 잘될 때 제 스윙을 촬영해놓습니다. 대회 기간 중 제 스윙 동영상을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서 봐요. 연습을 하다가 샷이 안될 때도 30분가량 보죠. 그런 다음 연습을 하면 리듬이 돌아옵니다.”
배희경은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김세영(20·미래에셋), 이민영(21·LIG)과 ‘절친’이다.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코스 공략도 함께 상의할 정도다. 김세영이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뒤 한 달 내내 밥을 샀다고 한다. 연초에 셋이 연습라운드를 하며 내기를 딱 한 번 해봤다고 한다. 각자 5만원을 걸고 가장 잘 친 사람이 15만원을 가져가기로 했다. 배희경은 “내가 가장 잘 쳤는데 돈을 안 주고 모른 척했다. 미리 돈을 걷고 내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 뒤로는 음료수 내기밖에 안 한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세 명 중 샷이 가장 좋은 선수는 이민영이지만 유일하게 아직까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우승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다. 특히 마지막 날 퍼팅이 들어가줘야 우승할 수 있다. 민영이도 조만간 우승컵을 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희경은 이번에 드라이버 샤프트를 60g에서 50g으로 가볍게 하고 퍼팅 스트로크를 때리는 스타일에서 밀어치는 식으로 바꾼 덕을 봤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효험은 ‘자신감’이었다. “(김)세영이가 우승한 배경에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캐디 오빠가 듣고 저에게도 ‘자신감있게 치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대회장인 휘닉스파크GC의 러프가 길어 티샷을 조심해야 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자신감있게 치니까 오히려 정확도가 더 높아졌죠. 트러블 지역을 피하려다 빠지면 기분이 나빠 멘탈까지 무너지지만 자신있게 쳐서 빠지면 속은 후련하거든요.” 전북 백제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배희경은 80타대를 치는 수준이던 중학교 3학년 때 동갑인 장하나(21·KT)와 한 대회에서 동반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장하나는 당시 ‘장타 소녀’로 이븐파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었고 방한한 타이거 우즈(미국)로부터 ‘스윙이 좋다’는 극찬을 받는 등 유명세가 높았다. “그때 제가 장하나보다 드라이버샷이 더 나갔어요. 장하나가 속상했는지 ‘너 그렇게 멀리 치고 파 못하면 내가 언니다’라고 약을 올린 적이 있어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국가대표끼리 맞붙은 평가전에서 탈락한 배희경은 직후에 열린 프로대회 LIG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았다. “2009년 고2 때는 한 대회에서 86타와 84타를 치고 골프를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그만두자고 나간 파맥스배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았죠.”
태극마크에 아쉬움을 갖고 있는 배희경은 “내년에 미 LPGA투어에 진출해 세계랭킹을 높여 2016년 골프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