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원하는 경복궁 옆 호텔, 서울시 "반대"

市 "공익시설 들어서야"…대한항공 사업 불허방침
"유해성 없는 관광호텔 건립" 정부와 충돌 불가피
정부가 최근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허용 방침을 밝힌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에 제동이 걸렸다. 인허가 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공익적 활용을 이유로 ‘호텔 건립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해성이 없는 관광호텔이 원활하게 건립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 간 마찰이 예상된다.

○서울시 “호텔 건립에 부정적”
서울시는 관련 부서 검토를 거쳐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는 도심 명소와 연계되는 상징성을 지닌 북촌의 거점 공간인 만큼 공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호텔 건립엔) 교육청 및 종로구청 허가가 필요해 서울시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며 “다만 고궁 근처에 호텔을 짓는 데는 부정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08년 6월 송현동 일대 3만6642㎡ 부지(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여 지하 4층~지상 4층의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학교보건법에 묶여 난항을 겪어 왔다.

도심 지역에 호텔을 지으려면 관할 교육청 산하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2010년 중부교육지원청은 호텔 부지가 풍문여고 덕성여중 등에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투자활성화 대책회의에서 유흥시설 무도장 등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 주변에 건립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와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이런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주력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에 호텔 건립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호텔 대신 공익시설 들어서야”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가 반대하면 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 이 지역은 서울시장이 인허가권을 가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고, ‘북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구역 지정을 변경하려면 종로구 승인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제를 풀기로 한 정부 방침에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시장도 외국인 관광객 숙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내 호텔 건립에 적극적이다. 다만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건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경복궁의 역사적인 의미를 고려하더라도 근처에 호텔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는 해당 부지의 구체적 활용 방안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주민을 위한 공익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로구청도 대한항공 호텔 건립에 부정적이다. 종로구는 2010년부터 송현동 부지에는 공원과 문화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경복궁 인근 지역은 지금도 관광인파가 물리고 있다”며 “이 지역의 유일한 허파인 송현동 부지엔 공공시설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송현동 호텔은 서울의 고급 숙박시설 부족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북촌의 경관과도 조화를 이루는 복합문화시설로 건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