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첫날, 혼란·불편 점차 가시화

미국 전역이 1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의 영향권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전만 해도 수도 워싱턴DC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오후 들어 수십만명의 공무원들이 귀가하고 일상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크고 작은 혼란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관련 공무원들은 물론 시내와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동요와 혼돈이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워싱턴DC 외곽과 도심에서는 평상시와 같은 교통체증이 빚어졌고 연방정부 청사 주변에도 일터로 통근하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평소처럼 이어졌다.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 대부분이 일단 소속 공무원들에게 정상 출근한 뒤 관련지침을 통보받도록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귀가조치 대상인 비필수 요원으로 지정된 인력들 대부분이 직장에 출근했다.

그러나 각 부처와 기관은 오전 출근한 직원들을 상대로 백악관의 근무지침을 통보하고 비필수 인력들에게는 공식 귀가조치와 함께 무기한 대기상태를 명령했다.

귀가조치를 통보받은 직원들은 예상했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향후 회의와 출장일정 등을 취소하고 캐비닛에 문서들을 넣어둔 뒤 이메일과 보이스 메일에 '부재중'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는 직장을 떠났다.

귀갓길의 직원들은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농무부에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한국계 미국인 A씨는 귀갓길에 "일주일 이내에 정치권이 큰 틀에서 타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방정부 청사 사무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직원들은 앞으로의 비상근무를 어떤 식으로 할지, 봉급을 제대로 지급받을 수 있을지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었다.

국무부의 여성직원은 "셧다운 기간 근무하게 되면 봉급이 어떤 식으로 지급될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최소 80만여명의 비필수 인력들의 귀가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연방정부 업무에 본격적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상무부와 농무부, 교육부, 보훈처, 무역위원회, 의회도서관 등 국방·안보·대외관계 부처를 제외한 일부 기관들이 줄줄이 자체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백악관도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정부 셧다운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사정을 양해해달라"고 공지했다.

정부의 중요한 통계발표도 지연되거나 아예 발표되지 않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오전 10시 지난 8월 건설지출 동향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손이 모자라 결국 발표하지 못했다.

특히 오는 4일 노동통계청의 실업률이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률 발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모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다.

이와 관련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서부의 옐로스톤을 비롯한 401개의 국립공원이 전면 폐쇄되면서 공원 관리직원 2만4000명 가운데 87%가 일시 해고됐다.

특히 19개 박물관과 미술관, 동물원을 거느리는 세계 최대의 종합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이 문을 닫아 국내외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중요 외교행사들도 차질을 빚고 있다.

주미 태국대사관은 이날 저녁 국립문서관리기록청(내셔널 아카이브)에서 미·태국 수교 180주년 행사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건물 자체가 폐쇄되면서 이를 취소했다.

그밖에 연방정부 건물 내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됐다는 후문이다.

교민사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권과 영주권 심사와 발급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들이 엿보였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 50대 교민은 "앞으로 일주일 이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