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혁신도시…공공기관 이전 10%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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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옥 등 안 팔리고 국토부도 절차 미적미적
적십자사 등 14곳 착공도 안해…혁신도시 아파트 입주 차질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보유한 부동산(사옥, 토지 등)이 안 팔리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미온적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4개 기관 중 10곳만 이전
4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경기 고양 덕양을)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기관 중에서 지난달까지 이전을 끝낸 기관은 한국감정원 등 10개에 그쳤다.
중앙교육연수원 등 14개 기관은 새 사옥 착공도 못하고 있다. 사옥 신축에 보통 2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은 2016년쯤이나 돼야 이전이 가능할 전망이다.공공기관 이전이 이처럼 늦어지는 데는 서울·수도권에 있는 기존 사옥 등 부동산 매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이 팔려야 이사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보유 부동산은 모두 121건(10조6334억원)이고, 이 중 절반 정도인 58건(48%)이 아직도 주인을 못 찾고 있다.
보유 부동산의 매각 지연 이외에도 지방 이전을 미루고 싶어하는 일부 공공기관의 태도, 정부의 관리소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세공무원교육원은 경기 수원시 파장동의 부동산(매각 예상액 831억5200만원) 매각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11개 기관도 새 사옥 설계 발주를 미루거나 예산 확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작년 11월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혁신도시 건설사업을 총괄하는 국토부도 87개 기관의 이전 계획을 사업 추진 3년이 지나서야 승인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해왔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혁신도시 새 아파트 입주 차질 예상
공공기관 이전 지연으로 혁신도시에 건설 중인 새 아파트 입주 차질도 예상된다. 새 아파트 입주자의 대부분은 혁신도시 이전 근무자와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밝힌 공공기관의 이전 일정에 맞춰서 아파트를 짓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지연으로 입주자들이 늦게 들어오면 건설사들은 금융이자를 물게 돼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올해 전국 혁신도시에서 1만5000가구의 주택을 착공했다. 이에 앞서 작년에도 2만9000가구를 공급했다. 내년부터 2015년까지는 4만1000가구의 아파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이전 지연은 교육·상업·업무시설 등 생활편의시설 건설에도 큰 지장을 초래해 입주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도시의 대부분은 현재 진입도로·상수도 등 기반시설 정도만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학교·상업시설 등의 건설은 진척이 잘 안되고 있어 새 아파트 거주자들은 입주 이후 상당 기간 어려움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