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모든 국민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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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硏이 지적한 법인세 관련 오해들
GDP 대비 법인稅收
한국, OECD 중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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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한국재정학회 회장)은 4일 ‘법인세에 관한 여섯가지 미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와 관련한 한국사회의 편견을 조목조목 짚었다. 현 소장이 첫 번째로 꼽은 편견은 ‘법인(기업)=부자’라는 인식이다. 현 소장은 “법인은 부자이고, 부자는 곧 재벌가라는 잘못된 인식 탓에 법인세를 낮추는 건 재벌만 이롭게 하는 세금으로 받아들인다”며 “하지만 법인의 주인은 전체 주주인 만큼 ‘법인=재벌’이란 등식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세는 법인만 부담한다’는 것도 잘못된 인식 사례로 꼽았다. 현 소장은 “재정학에서 통용되는 조세귀착이론에 따르면 법인세 부담은 법인이 지는 게 아니라 여러 경제주체에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이룰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도 반론을 폈다. 야당 등에서는 최고세율(22%)을 높이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부담을 늘려 부(富)의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현 소장은 “법인세 부담은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이 지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법인세 체계를 단일세율로 정한 것도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 소장은 ‘법인세 인하=부자 감세’라는 표현과 관련, “법인세 인하는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고 기업 투자를 촉진하려는 의도”라며 “법인세 인하로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국가경제가 성장한다면 이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인세를 낮춰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법인세가 낮아져도 개별 기업은 노사 문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다”며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전체 기업의 총 투자 변화량을 봐야지 몇몇 기업 사례만으로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말했다.
현 소장은 ‘한국의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편’이란 논리도 반박했다. 그는 “명목 세율 기준으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21위지만 각국 법인세 부담은 경제 규모를 감안해 비교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4위로 법인세 부담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