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나를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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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C2
슬로 여행지 3선언제부터인지 늘 빠른 속도를 강요당했다. 돌아볼 겨를 없이 급하게 달려오며 놓친 이야기와 풍경이 아쉽다. 이제는 조금 느리게, 천천히 걸으며 오롯이 나를 위해 즐길 수 있는 슬로 여행을 떠나보자. 많은 짐을 꾸리지 않아도 되고, 오랜 시간 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곳, 경기도 인근으로 가깝게 떠나 느리게 즐겨보자.
명성산 억새밭에 띄우는 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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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산을 오르다 보면 드넓은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황홀한 억새밭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은 파란 가을하늘과 어우러져 마음을 흔들고, 해질녘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억새 물결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억새밭 정상 팔각정에서 펼쳐지는 음악회를 비롯해 감성을 자아내는 빨간우체통(1년 후에 받는 편지), 흥을 더해주는 아프리카예술단의 공연과 불꽃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산정호수에서는 산책로를 따라 미술전과 사진전이 열리며 먹거리장터와 포토존, 억새소원터널, 노래자랑, 산신제, 길놀이 등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 천천히 산길을 오르며 은빛 낭만 속에 흠뻑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억새 물결로 가득한 명성산의 가을은 한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031)532-6135
대한민국 최북단 연천 평화누리길 걷기
연천 구간은 총 3코스로 나뉘는데 숭의전지에서 출발하는 둘째길이 가장 아름답다. ‘썩은 소의 전설’을 따라 걷는 ‘숭의전 둘레길’과, ‘고구려 보루 숲길’로 다시 구분되는 연천 둘째길은 황홀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출발점인 숭의전은 태조 왕건을 비롯한 4명의 고려 왕과 충신 16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으로 현재까지 제례가 이어지고 있다.
숭의전지 옆으로 아미산 언덕을 오르며 평화누리길이 시작된다. 아미산을 돌아내려와 동이리 주상절리까지는 3.5㎞ 정도의 도로 구간이어서 안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다리 건설 현장에서 왼쪽 마을로 접어들면 임진강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주상절리 구간이 나타난다. 길이 1.5㎞에 이르는 주상절리는 한들한들 피어 있는 코스모스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벗삼아 걷다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한층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경기관광공사 주관으로 이달 말까지 토요일마다 ‘평화누리길 걷기대회’도 열린다. 평화누리길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031)839-2061 나를 찾아 떠나는 용문사 템플스테이
1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평 용문사(yongmunsa.org)에서는 체험형과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체험형 프로그램은 주말에만 있으며,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연중 언제든지 가능하다.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참가자들은 먼저 사찰의 예절을 배우게 된다. 흩어진 마음을 한데 모아주는 합장부터 차수(두 손을 어긋매껴 마주 잡음)와 묵언 등 사찰의 예법을 익히며 마음을 정갈하게 만든다. 또한 ‘나를 깨우는 시간’에는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참된 나를 발견하고 돌아보게 된다.새벽예불, 참선수행, 발우공양, 다도 등 사찰의 다양한 수행 생활도 체험할 수 있다. 새벽녘 어스레한 여명 아래서 보내는 참선의 시간은 모든 상념을 지우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산사의 하루는 아주 느린 걸음이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맞으며 누리는 느림의 시간은 참된 나를 찾아가는 짧고도 긴 여정이다.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참나를 찾아 떠나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를 돌아보며 평화로운 휴식을 가져보자. 1박2일 기준 성인 5만원, 학생 4만원. (031)775-5797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