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국민연금과 연계 땐 문제' 복지부 문건 공개

복지위 이언주 의원

"소득 기준 차등지급"…8월30일 대통령에 보고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문서가 공개됐다. 청와대는 여기에 반대하면서 국민연금과 연계하라고 지시했고, 복지부가 어쩔 수 없이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을 작성해 정부안으로 발표했다는 점이 공식 확인돼 향후 정부가 야당 등을 설득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이 공개한 복지부 문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초연금에 연계하는 효과를 구현하기 어렵다”며 “소득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민연금에 연계하면 국민연금 장기 가입을 유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소득 장기 가입자들이 국민연금 가입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문서의 결론인 ‘종합 검토’ 부분에서 “소득인정액(소득+재산) 차등 방식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해 현 노인 세대의 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제도적 여건이 갖춰진 시점에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지난 8월30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복지부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은 날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복지부는 이후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의 불이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안을 다시 짜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실망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 최종안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른바 ‘항명 사태’로 치달았다.

이 문서에서 복지부가 가장 우려한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성 훼손이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할 경우) 가입 기간 10년 미만의 지역가입자들은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고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857만명)가 많고 과세 자료가 없는 사람도 630만명에 달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한 안을 만들면 가입자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