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신들린 뒷심'…메이저 첫승
입력
수정
지면A35
괴력의 장타 앞세워 샷이글·연속 버디…하이트진로 '맥주 축배'장하나(21·KT)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총상금 6억원)에서 2주 연속 우승컵을 안았다.
상금왕 경쟁, 김세영 1800만원차 '추격'
장하나는 13일 경기 여주시 블루헤런GC(파72·657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7언더파 65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2위 서희경(27·하이트진로)을 6타 차로 따돌렸다. 장하나는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과 함께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시즌 상금이 6억2520만원으로 불어나 상금랭킹 1위 김세영(6억4315만원)과의 격차를 1794만원으로 좁혔다. 장하나는 대상(최우수선수상) 포인트 70점을 획득해 354점으로 2위 김효주(315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시즌 3승으로 김세영과 다승 공동 선두가 됐고 평균타수 부문에서는 김효주(71.16타)에 이어 2위(71.42타)로 올라섰다.
○샷이글만 20개 넘게 기록
KLPGA투어 최장타자인 장하나는 이날 3번홀(파4)에서 샷이글을 낚았다. 장하나는 “핀까지 154야드를 남겨두고 6번아이언으로 컨트롤 페이드샷을 구사했는데 정말 잘 맞아 붙은 줄 알았다”며 “2번홀까지 긴장을 했는데 이글을 하고 나서 상승세를 탔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그동안 파4홀에서 샷이글을 한 것만 20번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집에 샷이글한 볼이 스무 개 이상”이라며 “이번 공도 기념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캐디 오빠가 갤러리에게 던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장하나는 지난겨울 베트남 전지훈련 도중 파5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가는 알바트로스도 기록했다고 한다.
서희경과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장하나는 이글 직후 4,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장하나의 질주는 7~10번홀 4연속 버디로 이어졌다. 3번홀부터 10번홀까지 8개홀에서 8타를 줄이는 무시무시한 ‘괴력’이었다. 장하나는 코스레코드(64타) 경신이 예상됐으나 이후 버디 2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1타를 잃었다.
○아픈 기억 훌훌 털어버려 장하나는 지난해 이 대회 마지막 날 18번홀(파5)에서 ‘2온’을 해놓고도 3퍼트로 파에 그치면서 1타 차로 아깝게 연장전 진출에 실패했다. 장하나는 “지난해 우승을 못한 게 너무 아쉬워 오늘은 코스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서희경에게 당한 아픔도 설욕했다. 장하나는 2009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사흘 연속 단독 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날 서희경에게 1타 차로 역전패를 당했다.
장하나는 지난달 한화금융클래식을 앞두고 왼쪽 손목에 공을 맞아 신경을 다치면서 네 번째 손가락이 펴지지 않고 있다. 전날에는 오른발목까지 삐어 물리치료를 받고 대회에 임했다. 그는 “손가락이 펴지지 않지만 다행히 굽혀져 샷에는 문제가 없다”고 “아프면 아픈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장하나는 “2주 전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 꼴찌를 한 뒤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올 시즌 목표로 한 3승을 달성했으나 아직 상금왕, 대상, 최소타수상이 확정되지 않아 1승을 더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희경, 이글로 아쉬움 달래
다음달 말 결혼을 앞두고 소속사 대회에서 4년 만의 우승컵에 도전했던 서희경은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서희경은 10번홀(파5)에서 6m 파퍼트를 놓친 뒤 1.5m ‘컴백’ 보기퍼트마저 놓치면서 2위에서도 밀려났다. 그러나 서희경은 침착하게 14번홀(파4) 버디에 이어 18번홀(파5)에서 10m가 넘는 이글을 떨구며 환한 얼굴로 경기를 마쳤다.
여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