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야간택시 70% 경기·인천 택시, 불법영업·승차거부 '활개'…시민들 '분통'

현장 리포트

"지역에 손님 없어 서울 진출"
박원순 "경기 택시 단속해야"
< 택시 기본요금 3000원 미터기 조정 >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미터기 조정이 시작된 14일 담당자들이 서울 상암동 난지천 공원 주차장에서 미터기 기본요금을 3000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주말을 앞둔 지난 11일 밤 11시께 서울 종로2가 보신각 앞 사거리. 택시를 잡으려는 인파 속에 택시조합 직원들이 승차거부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창문을 반쯤 연 채 행선지를 물어보고 지나치는 승차거부 택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부분 경기와 인천 택시들이었다.

#2. 같은 시간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선 ‘빈차’ 표시등을 켜놓은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여의도로 가자고 하자 “부천이나 부평 쪽만 가능하다”며 승차를 거부했다. 이곳에 정차 중인 다른 택시들은 대부분 인천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경기·인천택시들의 서울시내 불법 영업 및 승차 거부로 시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시는 면허지역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며, 위반하면 4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승객 없이 다른 사업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불법이다. 승객을 태우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온 택시는 사업지역 거주 승객만 태우고 가야 한다. 경기택시라면 경기지역 손님을 태우고 서울로 왔다가 경기거주 승객을 태우고 되돌아가는 것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 택시업계는 야간에 종로, 강남, 신촌 등에 정차 중인 택시의 70% 이상은 비(非)서울 택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에서 퇴근하는 경기 거주자를 태우기 위해서다. 한 인천택시 기사는 “야간에 서울에서 인천까지 장거리 승객을 태우는 게 인천에서 영업하는 것보다 훨씬 남는 장사”라고 털어놨다.

경기·인천택시의 승객 골라 태우기는 서울시민들의 택시 승차거부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나 일선구청 관계자들이 상습 승차거부 지역을 수시 단속하는데도 승차거부 민원이 줄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기·인천택시의 서울 내 불법영업도 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택시 업계 관계자는 “인천택시가 인천과 가까운 강서구 승객을 골라 영업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도 경기·인천택시 운행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기택시가 서울 강남·광화문·종로까지 많이 들어와 영업한다”며 “(승객을) 골라 태우고 있어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단속 인력을 늘리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민수홍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수도권 모든 택시에 통합형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장착하면 위치정보 및 주행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경기·인천택시의 불법영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행기록계는 서울 택시에만 장착돼 있다. 민 팀장은 “운행기록계를 달려면 300억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데 경기·인천은 예산 부족으로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민/이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