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制 '백태'…공정위 뜨면 바로 담합 자진신고

국감서 실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 6월8일 13개 화학비료 제조업체에 현장조사를 나갔다. 이들 기업의 입찰 담합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서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다녀간 그날 오후 곧바로 2개 업체가 담합 사실을 털어놨다. 동부가 낮 12시28분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했고 이어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3시30분에 남해화학이 뒤를 이어 담합 사실을 고백했다.

2011년 6월28일 20개 증권사의 국민주택채권 수익률 담합 조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정위 조사 당일 오후 1시40분에 하나대투증권이, 오후 5시45분에 NH농협증권이 담합 사실을 인정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기업들의 담합 자진신고 실태다. 공정위의 현장조사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기업들이 부랴부랴 담합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을 싸들고 공정위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담합 사실을 1, 2순위로 자진신고한 기업에 과징금을 감면(1순위 100%, 2순위 50%)하고 형사 고발을 면제하는 리니언시 제도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공정위가 지난해 리니언시를 적용한 12건의 담합 사건 중 10건은 공정위 조사 시작 후 자진신고가 이뤄졌다. 특히 5건은 공정위 조사 당일 1, 2순위 자진신고 기업이 나타났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