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통일부의 '거짓말'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에 진도가 안 나간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북측과 의견을 나눠야 할 것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작업이 우리 몫이다.”

지난 7일 한 통일부 당국자가 밝힌 내용이다. 본지가 10월7일자로 지적한 ‘개성공단 3통 해결 깜깜 무소식’에 대한 반박성 브리핑이었다.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3통 문제 해결을 위한 분과위원회 회의가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뒤, 후속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본지 지적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항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항변은 1주일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최근 3통 문제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의 반응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남북이 함께하는 투자설명회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난 11일 북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는 31일로 예정돼 있던 외국 기업에 대한 개성공단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 힘들 정도로 3통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통일부의 ‘거짓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통일부는 지난주 초 개성공단 사무처를 통해 북측에 3통 분과위원회 개최를 제의했지만, 북측이 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난 14일 공개했다. 북측이 다시 한 번 정부의 ‘3통 논의’ 제의를 묵살했지만 언론과 국민을 향해선 ‘3통 문제, 문제없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로 예정돼 있던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힌 뒤 남북관계는 또다시 냉각기에 접어든 상태다. 개성공단이 유일한 끈으로 남은 지금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대한 북측의 태도는 남북관계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비정상적인 태도마저 쉬쉬하며 상황을 가리는 데 급급했다. 70%를 넘나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원칙’을 지킨 대북정책이 밑바탕이었다는 게 여론조사기관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남북관계 상황을 알리는 정부에서는 일관된 ‘원칙’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남북관계 상황을 손바닥 뒤집듯 설명하는 정부에 어떤 원칙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