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대기업만 세금 특혜' 쏟아내는 야당…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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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세금 또 논란올해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법인세 등 대기업 관련 세금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잇달아 법인세율 인하와 각종 공제·감면 혜택으로 대기업만 특혜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재계 "세금 많이 내면 소득공제 더 받아…기업도 마찬가지"
세수 줄어든건 세율인하보다 경기침체 영향
"DJ·노무현 정부 때도 법인세 낮췄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법인세율 인하를 두고 빚어졌던 ‘대기업 감세’ 논란이 6년 만에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주장은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대기업이 특혜를 보는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논리로 확대 재생산될 조짐이다.○부자·재벌 증세 논란 불 지피는 야당
15일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5년간 상위 10대 재벌 기업이 받은 법인세 공제·감면액이 10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자료를 냈다. 2008~2012년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10대 그룹이 임시투자세액공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등 세금 감면 혜택으로 10조6013억원의 세금을 덜 냈다는 것이다. 또 2011년과 지난해 국내 모든 법인이 받은 공제·감면 총액 중 절반 이상이 전체 법인의 0.3%에 불과한 55개 재벌 소속 기업에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은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실제 벌어들인 수익에서 세금으로 낸 금액 비중)이 12.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0대 기업의 세금 감면율도 40.9%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체 법인 감면율(19.9%)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만 세금 감면 혜택 봤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재벌 기업만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재계는 야당 측 주장은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당연히 감면 혜택도 많이 볼 수밖에 없다”며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 소득공제액이 더 많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분석한 법인세 납부세액과 공제·감면액을 보면 대기업은 2011년 31조1861억원의 세금을 냈고, 공제·감면받은 세금은 5조4847억원이었다. 공제·감면 비율은 15%다. 반면 중소기업은 6조7757억원의 세금을 내고, 2조2508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아 공제·감면 비율은 25%에 달했다.
○세금 낮춰봤자 투자·고용 증가 없다?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줘봤자 투자와 고용 증대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야당의 주장이다. 재계는 기업 투자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정책은 즉각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수 감소를 이유로 법인세 인상, 세금 감면 축소를 주장하는 논리도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수 감소는 세금을 낮췄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 침체 영향이 더 크다는 점에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법인의 46.5%가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1년 3조4300억원의 법인세를 냈던 삼성전자는 작년에 6조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며 “경기가 살아나고 실적이 좋으면 기업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는 것이지 세금을 낮춘 게 (세수 감소의) 원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세금 이명박 정부만 낮췄다?
재계의 이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이명박 정부 때 대거 도입한 대기업 세금 특혜를 없애고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정부 때 25%에서 22%로 낮춘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로 되돌리거나(민주당), 30%로 높여야 한다(통합진보당)는 입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기업 세금은 이명박 정부 말고도 역대 정권에서 늘 추진해왔던 정책이다. 법인세의 경우 1990년대 후반 16~28%였던 세율을 김대중 정부가 2001년 15~27%로 낮췄고 노무현 정부는 2005년 13~25%로 더 인하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이를 다시 11~2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야당의 ‘재벌 감세’ 비판에 밀려 원안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표구간별로 10%, 20%, 22%다. 야당이 대기업 특혜라고 주장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도 2004년까지 공제율이 15%였던 것을 노무현 정부 때 10%(2005년), 7%(2006년)로 연이어 낮췄다. 이 공제 혜택은 친기업 정책을 폈다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5%로 축소됐다. 재계 관계자는 “야당이 대기업 특혜를 주장하기 전에 과거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펼친 기업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