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금감원, 골드만삭스 검찰 수사 의뢰

"홍콩지점서 말레이시아 채권 투자권유 확인…탈세혐의도"

내부 제보로 검사 착수…자본시장법 위반
골드만삭스 "금감원 조사결과 통보 받지 못했다"
▶마켓인사이트 10월15일 오후 5시10분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홍콩 지점이 한국 연기금과 보험사 등 투자자들에게 직접 해외 금융상품을 권유하거나 판매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 감독당국은 ‘판매 행위’보다 ‘투자 권유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자들은 골드만삭스가 금융상품을 팔 때 골드만삭스 한국 지점 직원들을 대동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할 때뿐 아니라 투자를 권유할 때도 반드시 허가를 받은 국내 지점을 통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법률 해석이다.

○홍콩 지점 직접투자 권유 증거 확보 금융감독원은 법 위반 정황을 금융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을 통해 파악한 뒤 부문 검사(특별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에 나서게 된 단초는 성과급 배분에 불만을 가진 골드만삭스 내부 제보에서 비롯됐다.

법을 위반한 주체는 골드만삭스 홍콩 지점과 홍콩 지점 임직원들이다. 금융당국이 검찰 수사 의뢰 조치를 검토하는 이유도 골드만삭스 홍콩 지점에 대한 검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검사권이 있을 경우 혐의를 직접 확인해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를 취한다.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 국내 지점에 대한 징계 여부도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골드만삭스의) 법 위반 정도는 심각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글로벌 은행들이 현지 법률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국내 관련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금, 보험사 투자 쏠림 행태 문제

금융당국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쏠림 행태’도 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글로벌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제대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금융상품은 골드만삭스가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에 판매한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회사(1MDB) 채권이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11억2400만달러(약 1조2300억원)어치가 팔렸다. 전체 발행액(47억5000만달러)의 약 4분의 1을 국내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같은 신용등급 국채와 비교해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투자를 검토했던 한 기관투자가는 “정부 보증이 어느 정도 안전한지를 국내에서 확인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삼성생명 등 대형 투자자들은 구조가 수상하다는 이유 등으로 투자를 보류했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채권을 판매한 직후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들은 1MDB를 재무 상태가 나쁘다는 이유 등으로 ‘부실 시한폭탄’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치증권 직원이 연루된 2010년 ‘11·11 옵션 쇼크’ 당시 금감원은 문제가 된 도이치증권 런던법인과 홍콩법인을 제재하는 대신 한국 법인의 일부 영업을 6개월간 정지시키고, 관련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골드만삭스는 검찰 수사 후 재판에서 결론이 날 것을 염두에 두고 방어 논리 개발에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측은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통보받지 않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좌동욱/정영효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