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합의안' 도출…美 디폴트 피할 듯

하원 시한내 표결처리가 관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기 위한 미국 정치권의 협상이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인 16일(현지시간)에 가까스로 접점을 찾았다. 미 상원 지도부는 이날 오전에 협상을 타결, 합의안을 발표했다.

상원이 마련한 합의안은 △내년 1월15일까지의 잠정예산안을 마련해 정부 셧다운(일부 폐쇄)을 중단하고 △내년 2월7일까지 정부의 부채한도를 높여 디폴트를 막고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큰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오는 12월13일까지 포괄적인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상원은 이르면 이날 저녁 합의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표결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이 상원에서 넘어온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면 미국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에 빠지는 사태는 일단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결 처리를 놓고 막팍 진통이 불가피하다.

CNN방송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면 상원 표결이 더 늦어질 수 있고, 하원을 쉽게 통과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전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디폴트를 막을 자체 법안을 마련해 표결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당내 강경파(티파티) 반대로 취소됐다.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건강보험개혁법을 그대로 두고 예산도 삭감하지 않는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하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표결을 취소한 것이다. 베이너 의장이 공화당 내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상원에서 넘어온 법안 처리가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상·하원이 16일까지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지 못하면 미국 재무부는 17일부터 법정 부채한도(16조7000억달러)에 걸려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다. 보유 현금(300억달러)과 세금 수입으로 사회보장연금, 국채 원리금 등을 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유 현금과 세수입 등으로 약 2주일 동안 국채 원리금 등을 갚을 수 있어 17일부터 당장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월 말에는 이 돈마저 부족해진다. 10월 말까지 의회가 타결하지 못하면 11월 초엔 디폴트가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존 거스패치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말 전에 만기 도래하는 국채는 더 이상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15일 말했다. 이처럼 기관투자가들이 일시적인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단기 국채를 처분하면서 단기 국채 금리는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편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15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리면서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