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승천기 골프백' 판매 파문

'스코티 캐머런' 이름 따
日서 제작 이베이서 판매
네티즌, 타이틀리스트에 항의
‘욱일승천기’ 문양이 새겨진 ‘스코티 캐머런 골프백’을 판매 중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 이베이 사이트 캡처
세계 유명 골프클럽 메이커인 타이틀리스트사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문양이 새겨진 골프백을 제작, 판매해 파문이 일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3년 전 휠라코리아가 인수한 한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골프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욱일승천기 문양으로 디자인되고 타이틀리스트 로고가 새겨진 ‘스코티 캐머런 골프백’이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230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코티 캐머런은 퍼터의 명장으로 유명한 미국인이다. 골프백에는 일본의 전통 가면인 ‘가부키’도 그려져 있다. 국내 일부 네티즌은 인터넷에서 욱일승천기를 넣은 골프백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타이틀리스트코리아 측에 항의하며 즉각 판매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코리아 관계자는 “일본의 스코티 캐머런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이 진행된 것으로 추측한다”며 “미 타이틀리스트 본사의 공식 입장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골프백에는 스코티 캐머런 로고와 타이틀리스트 로고가 함께 새겨져 있어 타이틀리스트 측의 사전 허락이나 묵인하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캐머런은 최근 스코티 캐머런 한정판 퍼터를 수집하는 일본 마니아들의 연례 모임 자리에 참석해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골프백에 사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은 1996년부터 타이틀리스트와 손잡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한 퍼터를 미국과 유럽 등 투어 선수들에게 공급해왔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한때 사용했던 캐머런 퍼터는 ‘황제의 퍼터’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타이틀리스트의 모기업 아큐시네트의 최대주주인 휠라코리아 측은 미국 회사의 해명만 기다린 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타이틀리스트 불매 운동 조짐을 키우고 있다. 스코티 캐머런 마니아 4만여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클럽카메론’은 홈페이지에 ‘미스터 카메론, 당신의 역사의식 없는 상업주의를 강력히 비판한다’는 문구를 올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