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前 집 사자"…日 주택시장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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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새 아파트 판매 77% 급증…19년만에 최대지난달 중순 도쿄 중심 지역인 신주쿠. 일본 대형 부동산투자회사인 노무라부동산이 대규모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1차 판매 물량은 총 482가구. 올 들어 도쿄에서 실시된 아파트 분양으로는 규모가 가장 컸다. 1차 판매가 부진할 경우 2차와 3차 분양 물량을 대폭 줄일 예정이었지만 기우였다. 분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모든 물량이 팔려 나갔다. 로열층 가격이 1억7000만엔(약 2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 아파트 단지였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억원짜리 고가 맨션도 분양 하루만에 동나
일본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 지난달 아베 총리가 소비세 증세 방안을 최종 확정한 것도 부동산 시장엔 호재로 작용했다. 세금이 오르기 전에 미리 집을 마련해 놓자는 가수요까지 붙은 것이다.
일본 민간 조사회사인 부동산경제연구소는 17일 “지난 한 달 동안 도쿄 등 수도권 지역의 신축 아파트 판매 건수는 총 596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77.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대지진이라는 특수 요인이 반영됐던 작년 4월을 제외할 경우 1994년 9월(86%) 이후 19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수도권 신규 아파트 판매 건수는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종 계약률도 83%에 달했다.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는 계약률이 70%를 넘을 경우 호황이라고 판단한다.
부동산 열기는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오사카 고베 등 간사이 지역의 지난달 아파트 판매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85% 증가했다. 지난달 아파트 판매 건수가 급증한 주요인은 소비세율 인상이다. 주택도 상품이라 소비세가 붙는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현행 5%인 소비세율을 8%로 올리기로 지난달 최종 확정했다. 소비세 증세로 경기회복세가 갑작스레 둔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지난달 말까지 계약한 물량의 경우 실제 인도 시기가 내년 4월 이후여도 종전 소비세율(5%)을 적용하기로 경과 조치를 마련한 것. 지난달 아파트 계약 건수가 급증한 배경이다.
일본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활황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경제연구소는 10월 중 아파트 신규 판매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20% 늘어나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니시마 고준 스미토모부동산 사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에다 도쿄올림픽 개최라는 호재까지 겹쳐 (세금을 깎아주는 경과 조치가 끝나더라도) 부동산 시장 열기는 한동안 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