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국감] "적대적 M&A 방어 목적의 신규 순환출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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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성화 입법 토론회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의 정상적 경영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규 순환출자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돈을 빌려준 회사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받는 담보권 행사나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확보하기 위한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으로 생겨나는 순환출자는 허용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목적의 신규 순환출자는 예외 인정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정상적 경영활동에서 생기는 담보권 행사·대물 변제는 허용
공정위는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와 산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규 순환출자 금지 추진 방안’을 내놨다. 공정위는 이날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 ‘원칙 금지, 예외 허용’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예외 허용 대상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회사의 권리 실행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다. 담보권 행사를 비롯해 현금 대신 주식으로 빌린 돈을 받는 대물변제, 주주배정 유상증자(신주 인수권 행사)가 이에 해당한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담보권 행사와 대물변제는 채권자의 권리, 신주 인수권 행사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둘째,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규 순환출자도 예외 허용 대상이다. 회사의 합병·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계열사 간 영업 전부 양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지막으로 기업 구조조정 목적의 신규 순환출자도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대주주 책임 원칙과 주주·채권자 손실분담 원칙에 입각한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구조조정 기업에 총수 일가가 주식을 출연하거나 다른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경우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되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돼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 모두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예외 허용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 예외 인정 기간을 얼마로 할지도 논란거리다. 공정위는 이날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황 과장은 “예외 사유라 하더라도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해당하는 만큼 일정기간 내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데 구체적인 기간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정할 일”이라며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미 의원발의로 국회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만 신규 순환출자의 예외 허용 대상이 남발되지 않도록 지배주주의 실질적인 자금 투자가 없는 지배력 강화는 예외 인정 사유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 신성장 산업 진출과 적대적 M&A 방어 목적의 순환출자는 예외 인정 사유가 아니라고 명시했다.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고 적대적 M&A 위협이 커진다는 재계 논리에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에는 법으로 금지하지 말고 공시 의무를 부과해 기업들의 자율 해소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만 약 10조원의 자금이 소요돼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다만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법 시행 후 2년마다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현황을 점검해 공시 제도의 적합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시만으로 기존 순환출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법적 수단을 강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용석/김주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