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부총리 "국회, 뭐하는지 모르겠다…경제법안 된 것이 없어" 불만 토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들이 실행되지 않으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3.9%)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한 직후 본지 기자와 만나 “정치권은 ‘정부가 경기 부진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경제법안이 (통과) 안 되면 투자가 안 된다”며 국회의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에 발표한 투자 활성화 조치들이 실시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국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 부총리는 최근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기에 들어섰으며, 내년 경기 상황에도 긍정적인 요인들이 있지만 국회의 협조 없이는 제 궤도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 생산이나 소비 지표 등을 보면 경기는 턴어라운드했다”며 “앞으로는 경기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기는 했지만 올해보다는 높고 상반기에 안 좋았던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정부가 도입한 정책 효과가 4분기나 내년부터 나타나고 내년 적자재정으로 경기부양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 사태 해결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일단 봉합은 됐으니 걱정은 줄었지만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셧다운이 국내 외환시장에 끼치는 영향에는 “현재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절상과 절하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양방향 리스크가 다 있어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밝힌 법인세율 단일화 방침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말한 것이고 단시간에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세율 같은 것은 이해당사자의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경제 수장으로서 경기 회복을 위한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주택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핵심 법안의 처리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