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없는 검찰…"초유의 항명 사태"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상부 결재없이 중요사안 처리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국정원사건 수사 전격 배제
국정원 직원 3명 체포·공소장 변경…수뇌부와 갈등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상부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며 특별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18일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했다. 검찰은 “검찰총장 공백기에 발생한 초유의 항명 사태”라고 밝힌 반면 민주당 등에서는 “수사에 힘을 빼기 위한 찍어내기”라고 주장해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특별수사팀장 전격 수사 배제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장인 윤 지청장에게 추가 수사 및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유지 등에 일절 관여하지 말 것을 지난 17일 지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윤 지청장은 검찰청법 및 검찰 보고 사무 규칙에 따른 내부 및 상부 보고는 물론 결재 절차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며 “중대한 법령 위반과 검찰 내부 기강을 심각하게 문란케 한 책임을 물어 수사에 관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윤 지청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은 전날 상부에 대한 보고나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해 조사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 지청장은 지난 16일 작년 대선 당시 트위터에 선거·정치 관련 글을 올린 혐의 등으로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4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이후 다음날 아침 4명 중 1명을 제외한 3명을 체포해 조사한 뒤 밤 늦게 석방했다. 특별수사팀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진한 차장검사의 결재 없이 전결 처리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조 지검장은 17일 오후 6시께 윤 지청장에게 구두 및 서면으로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한 뒤 대검에 보고했다.

윤 지청장은 그러나 조 지검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인 18일 오전 8시50분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기소된 3명에 대한 공소장 추가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전격 제출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이 트위터에서 5만5689회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게시해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특별수사팀은 상부를 통해 기밀이 국정원 등으로 유출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보고 없이 전결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길태기 대검 차장(총장 직무대행)은 윤 지청장의 업무 처리 배경 등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특별지시했다.

◆야당 “제2의 찍어내기”

이번 사건은 국정원 사건을 둘러싼 특별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간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베테랑 검사가 굳이 기본 절차를 무시했을 리가 없다”며 “검찰내 공안-특수 라인 갈등이나 수사 외압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지청장은 원 전 원장을 기소할 때 황교안 법무부 장관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갈등을 빚었다. 민주당 등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은 ‘제2의 찍어내기’라며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중이던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 3명을 체포하고 원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기소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줬다”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파장을 두려워하는 현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 및 공판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