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6년' 탈출…양희영, LPGA 첫승 감격

하나·외환챔피언십 연장서 서희경 꺾어…"올 초엔 골프 그만둘 뻔"
양희영(오른쪽)이 20일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동료 최운정의 축하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희영은 LPGA 대회 출전 119번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한때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 KLPGA 제공
양희영(24·KB금융그룹)이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총상금 190만달러)에서 데뷔 6년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양희영은 20일 인천 스카이72CC(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서희경(27·하이트진로)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이겼다. 데뷔 첫 승이며 우승상금은 28만5000달러. 양희영은 아마추어 시절 16세192일의 나이로 2006년 유럽여자투어(LET) ANZ레이디스에서 세계 남녀 프로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뒤 프로가 됐다. ‘제2의 박세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다부진 체격과 천부적인 골프 감각으로 2008년 유럽투어에서 2승을 거두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쳐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데뷔 후 6년이 지나도록 미 LPGA투어 우승컵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2010년 한 차례, 2011년 두 차례, 지난해 한 차례 등 준우승만 네 차례 했다.

1타 차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양희영은 8번홀 버디와 11번홀 보기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 짧은 파4홀인 15번홀(295m)에서 3번 페어웨이우드 티샷을 그린 에지로 보낸 뒤 퍼터로 이글을 잡으며 1타 차 2위로 올라섰고 18번홀(피5)에서 3m 버디를 성공시키며 연장에 합류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양희영은 티샷이 러프에 빠져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로 꺼냈다. 162야드를 남겨두고 해저드를 넘겨 그린을 바로 공략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희영은 6번 아이언을 빼들었다가 5번 아이언으로 바꿨다. 세 번째 샷한 공은 해저드와 맞붙어 있는 그린 턱을 맞은 뒤 홀 4m 옆에 멈췄고 이를 버디로 연결했다. 반면 서희경의 세 번째 샷은 그린 중앙에 떨어지며 홀과 10m 멀어져 파에 그쳤다.

양희영은 “작년 겨울과 올초 부모님 앞에서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고 많이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휴식도 없이 해질 때까지 연습을 하며 앞만 보고 왔다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 휴식을 취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양희영의 아버지(양준모)는 카누, 어머니(장선희)는 창던지기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양희영은 “부모님이 운동을 많이 아셔서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는 헬스 등으로 몸 관리하는 것을 지도해줬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 서희경은 신랑될 사람이 다니는 회사(외환은행 투자금융부)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컵을 ‘결혼 선물’로 받으려고 했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서희경은 지금까지 네 차례 연장전에 나갔으나 모두 패했다. 이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랭킹 1위인 김세영(20·미래에셋)이 막판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벙커턱 위 깊은 러프에 빠졌다. 세 번째 샷은 턱없이 짧았고 네 번째 샷을 홀 2m 지점으로 보냈으나 이를 놓치며 연장 진출에 실패했다.

인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