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소박한 그림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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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1908년 피카소는 한 화가를 위해 파티를 열었다. ‘두아니에’ 즉, 세관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앙리 루소(1844~1910)에게 바치는 모임이었다. 입체파의 대표주자 조르주 브라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등 30여명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 말단 세관 공무원은 수십 년 동안 취미삼아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리다가 주변에서 잘 그린다고 추임새를 넣자 정말로 그런 줄 알고 대책 없이 사표를 던진 순진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런 ‘결단’에는 피카소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아방가르드 화가들은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그림이야말로 순수한 이미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했고 루소에게서 영감을 얻었던 것이다. 루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잠자는 집시’에서도 그런 순수함이 돋보인다. 어설픈 원근법과 명암법을 구사한 이 평면적인 그림은 그런 불완전함이 되레 보는 이의 낭만을 자극한다. 현대미술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어설픔의 미학을 터득했다는 점이다. 서투른 그림이 풍기는 맛, 거기에 배어 있는 소박한 정서가 세련미에 길들여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