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군사시설, 한국미술 자존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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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달 13일 개관‘있는 듯 없는 무형의 미술관’ ‘안과 밖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미술관’ ‘슈퍼마켓처럼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 광고 카피 같은 모토는 새로 문을 열 국립현대미술관이 꿈꾸는 미래다.
8개 전시실·영화관 등 갖춰…'문화 사랑방' 기대
미술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 서울관이 착공 4년5개월 만인 다음달 13일 문을 연다. 서울 소격동 옛 국군서울지구병원 및 기무사 터에 건립된 서울관은 2만7264㎡ 부지에 연면적 5만2125㎡,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세워졌다. 8개의 전시실을 비롯해 도서관 미디어랩 영화관 멀티프로젝트홀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을 갖췄다. 총사업비 2460억원이 투입됐다. 주목할 부분은 건축 콘셉트. 경복궁과 북촌, 조선왕실 종친부 등 유서 깊은 건축 문화재가 밀집한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여느 현대미술관처럼 외관을 파격적으로 하는 대신 주변과 어울리도록 튀지 않게 조성했다. 또 서로 다른 규모의 건물 여러 동을 배치해 건물과 건물을 이동할 때마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게 했다. 미술관 건물 내부도 안과 밖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자연과 인간, 음과 양의 합일을 지향한 한옥의 공간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삼청로 북촌로 등 미술관 사방에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입구를 만들어 이용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열린마당 경복궁마당 종친부마당 등 6개의 마당을 만들고 도서관 영화관 카페테리아 등을 배치해 동네 사랑방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서울관 개관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다음달 12일에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장 작가 큐레이터는 물론 정·관계 및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 등을 초청한 가운데 개관식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엄선한 ‘자이트 가이스트·시대정신’전, 리처드 플러드 등 국내외 저명 큐레이터 7인의 협력전인 ‘연결_전개’전, 서도호 최우람 작가의 ‘현장제작설치 프로젝트’전, 장르 간 융합 전시인 ‘알레프 프로젝트’전 등 개관 기념 특별전도 풍성하다.
본관인 과천관에서는 중국과 인도를 대표하는 현대작가의 풍경 미학을 보여주는 ‘풍경의 귀환’전, 파리 퐁피두센터의 뉴미디어 소장품인 ‘비디오 빈티지’전 등이 관객을 맞이한다.
서울관 개관을 계기로 소격동 삼청동 일대의 북촌 문화벨트는 한층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22일 서울관에서 열린 언론설명회에서 정형민 관장은 “서울관 개관을 계기로 국립현대미술관을 한국 근현대 미술을 수집·전시·연구하고 이를 해외에 적극 소개하는 문화적 허브로 육성하겠다”며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해 생활 가까이서 세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