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품한류'에서 한국 농업 가능성을 본다

중국에서 한국 농식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유는 중국 제품보다 가격이 3배나 높은데도 없어서 못 파는 정도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비롯한 과자류 참치 맛김 같은 가공식품과 홍삼 버섯 야채 등 신선식품을 찾는 중국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한경의 보도다. 중국은 소득 증가에 따라 안전식품·고급식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식품은 믿을 수 있고 맛도 좋아 중국인의 달라진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한류라는 말 그대로다.

실제 중국은 한국 농수산물을 일본 다음으로 많이 수입한다. 대중수출액은 세계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에는 뒷걸음쳤지만 올 들어서는 9월까지 다시 8.1% 증가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초코파이, 신라면 뒤를 이어 분유 비스킷 음료 홍삼 같은 가공식품 수출이 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최근 브루나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중국 중산층이 한국 농산물을 대단히 좋아하고 신뢰한다”고 발언했던 것은 정치적 덕담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낙관만 할 때가 아니다. 지난해 대중수입은 52억9600만달러로 대중수출(12억7800만달러)의 4.1배나 됐다. 김치만 해도 지금 웬만한 식당에서는 중국산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에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이 시작된다. 중국 농산물 수입문제가 현안이다. 당장은 농축수산물을 가급적 초민감품목에 넣어 수입을 미룬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결국 한국 농업은 달라져야 산다. 오로지 생산농가 문제에만 매달려 보호타령만 해서는 길이 없다. 농가에서 소비자 식탁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전체 과정을 조직화하는 큰 틀의 전략이 필요하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커피를 100% 수입하지만 커피 조제품을 인삼보다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국산 파프리카는 일본시장을 휘젓고 있다. 이미 중국은 2008년부터 농산물 순수입국으로 바뀌었다. 식품한류에서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