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꼬마 사모펀드' 급증…"수익도 바닥 길까" 우려

영업불황에 상품 쏟아내…설정액 3년새 78% 증가
설정액이 수억원에 불과한 ‘자투리’ 사모펀드가 급증하고 있다. 불황에 빠진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일단 모으고 보자’는 식으로 사모펀드 찍어내기에 나선 게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운용 전문가들이 설정액이 적은 펀드를 맡을 경우 ‘낮은 보수→관리 부실→수익률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미만의 사모펀드는 지난달 말 기준 2552개로 작년 말(2170개) 대비 17.6% 늘어났다. 올 들어 적정 규모를 갖추지 못한 382개가 다시 생겨나 자투리 사모펀드의 ‘이상 급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규모 펀드 청산 제도를 도입한 2010년 말(984개)과 비교하면 2.6배 급증했다. 정부가 수익률 하락 등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소규모 공모 펀드의 퇴출을 유도해 왔으나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규모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1조5665억원으로 작년 말(1조3809억원) 대비 13.4%, 2010년(8782억원) 대비 78.4% 각각 증가했다. 10억원 미만 펀드를 제외하면 사모펀드 시장 성장률은 연간 10%를 밑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를 모집, 이들만을 위해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에 ‘맞춤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보통 1인당 5000만~1억원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최소 투자금액이 3000만원 안팎까지 낮아진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얼마 전 가입 문턱을 낮춘 사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창구에서 판매했는데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며 “모집 금액이 적다고 해서 당초 약속을 깰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운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펀드 규모가 작으면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운용사들은 규모가 크고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펀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별도 성과보수가 있는 펀드가 아니라면 가입 전 설정액이 얼마나 될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사모펀드

private equity fund. 소수(49인 이하)의 투자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판매하는 투자상품. 공모 펀드와 달리 운용자산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어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