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운반하던 현대글로비스, 주력사업 재편…벌크선 앞세워 '종합 물류' 강자로

글로벌 영업망 강화…해상운송 매출 대폭 늘려
'현대차 그늘' 벗어나기 시동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 물량이 아닌 제3자 해상물류사업을 키워 현대자동차그룹 의존도를 크게 낮추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해상운송 매출을 지금보다 4배 많은 8조2000억원으로 늘리고, 곡물이나 석탄 운송 등의 벌크사업 비중을 현재 35%에서 65%로 확대키로 했다.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시비에서도 벗어나겠다는 포석이다.

○해상운송 매출 4배 늘린다 현대글로비스는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해상운송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2조원 규모인 해운 매출을 2020년까지 8조2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기존 자동차 운반선(PCTC) 위주의 사업에서 벌크선 쪽으로 주력 사업을 옮기기로 했다.

김진옥 해운사업실장(전무)은 “자동차 운반 사업은 GM과 도요타 등 글로벌 비계열사 운송(제3자 물류)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론 벌크선 부문에도 집중해 해외 장기 계약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선박 운용 계획도 이에 맞춰 바꿨다. 이 회사는 현재 자동차운반선 50척, 벌크선 20척으로 자동차운반선이 2.5배 많다. 이를 2020년까지 자동차 운반선 100척, 벌크선 400척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매출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동차 운반 65%, 벌크 운송 35%에서 2020년에는 자동차 운반 35%, 벌크 운송 65%로 뒤바꿀 계획이다.

김 전무는 “중국과 남미, 유럽 구간에서의 철광석 및 석탄 장기계약을 확대하면서 발레, FMG, 앵글로 등 글로벌 화주들을 상대로 한 영업을 적극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오일뱅크를 화주로 확보해 탱커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LNG선 부문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그늘에서 벗어난다 현대글로비스 매출에서 해운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0% 수준이다.

나머지 80%는 자동차 CKD(반제품) 운송 및 판매와 육상물류 등이다. 해상물류 매출이 4배 늘어나게 되면 매출 20조원대의 대형 물류회사로 도약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11조74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매출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비중이 80%가량 차지한다”며 “벌크선 사업 확대와 화주 다변화로 그룹 의존도를 낮추면 현재의 자동차 물류 전문기업에서 글로벌 종합물류유통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한 발짝 비켜 서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STX팬오션 등 기존 해운사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과 관련, “계획없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현대글로비스의) M&A에 대해 업계를 비롯해 주변에서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며 “M&A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컨테이너 사업은 항만시설 등 인프라가 필요한 사업으로 지금 해운사들로도 충분하다”며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