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 파인텍 대표, "터치스크린 등 사업 다각화…내년 매출 2500억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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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파인텍“내년엔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할 겁니다. 올해보다 50% 늘릴 것입니다.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접고 안정적인 백라이트유닛(BLU) 사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삼성SDI LCD사업부서 14년 근무…'백라이트 유닛'업계 산증인
국내외 생산설비 모두 자동화…높은 품질력이 최대 강점
해외업체로 고객사 다변화 추진
강원일 파인텍 대표(45)는 지난 22일 경기 고양시 백석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커짐에 따라 파인텍의 매출도 덩달아 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대를 졸업한 강 대표는 BLU 업계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삼성SDI LCD사업부에서 14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BLU 국내 생산을 시작한 개척자이기도 하다.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1년 BLU업체 ‘나모텍’을 세운 뒤 승승장구하다 강화유리 등 신규 사업에 손을 대 사정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결국 2008년 ‘무자본 M&A’ 세력에 회사를 넘겼다. 하지만 강 대표는 빠르게 일어섰다. 2008년 11월 설립한 파인텍은 삼성전자의 3대 BLU 공급처 중 한 곳이 됐다. 지난해 113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700억여원의 매출과 100억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전적으로 삼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파인텍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는 기업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납품 물량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오히려 장점이라고 봐야 합니다. 삼성의 경쟁 업체에 납품을 시작하는 것이 파인텍에 큰 이득이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중국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그 시장은 아직 결제 시스템이 불안정합니다. 물품을 먼저 받고는 끝까지 결제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국내 업체를 많이 봤죠. 저도 그런 경험이 몇 번 있고요. 이런 문제 때문에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에 소량만 납품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일본 디스플레이업체 몇몇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제품 품질 평가 중입니다. 내년부턴 일본 시장에도 BLU를 납품할 수 있을 겁니다.” ▷파인텍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삼성전자와의 인연은 파인텍의 높은 제품 품질과 성실함 때문에 이어질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불량률이 낮으면서도 납품 기일을 잘 맞추는 것은 납품 회사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지만, 의외로 지키기가 쉽지 않아요. 처음 삼성전자에서 대량 주문을 받았을 때 파인텍은 이미 공장 자동화 라인을 끝내놓은 상태였습니다. 미리 공장과 기술에 투자를 잘 해놓은 덕에 세계 1등 기업과 많은 양을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납품업체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한창입니다.
“삼성이 AMOLE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실제로 2010년엔 업계에 ‘AMOLED 붐’이 불면서 위험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재 삼성의 전체 물량 비중을 따져보면 아직 LCD 수요가 꾸준합니다. 특히 최근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스마트폰 제조회사들도 내년부터 중저가 스마트폰을 많이 내놓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년간 BLU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봅니다.”
▷신규 사업을 준비 중인데요. “지난해부터 터치스크린 패널 가공 생산을 시작해 매출이 나기 시작했고, 필름 도광판 등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터치스크린 패널은 올해 694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톡톡히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 도광판 제조 기술은 파인텍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입니다. 예전에는 레이저로 도광판에 패턴을 새겼죠. 파인텍이 개발한 이 기술은 필름에 초정밀 렌즈를 패턴화해 도광판에 부착하는 기술입니다. 금속활자처럼 한 번에 패턴을 찍어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레이저로 패턴을 새길 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량품이 나올 확률도 높았지만, 이 기술을 쓰면 제조 시간과 불량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향후 제조사들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 등을 내놓으면서 혁신을 거듭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제조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건 고가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될 겁니다. 미국 등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는 데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교체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인텍을 창업한 이후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습니까.
“LCD 모듈(회로기판) 생산을 접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10 대 1의 경쟁을 뚫고 대기업의 LCD 모듈 수주를 따냈습니다. 월 400만대의 LCD 모듈을 생산할 수 있도록 2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인력을 끌어왔습니다. 그런데 약속과는 다르게 주문량이 월 150만~250만대에 그쳤습니다. 주문량도 달마다 들쭉날쭉 했습니다. 당시 납품하던 대기업은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노키아에 다시 공급하고 있었는데,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부문 실적이 악화되면서 파인텍에 들어오는 주문량도 같이 줄어든 겁니다. 2년간 월 3억~5억원씩 매달 적자가 났습니다. 결국 지난해 11월 LCD 모듈 사업을 접었죠. 그 덕분에 올해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됐고요.”
▷증권시장 상장은 어느 정도까지 준비됐습니까.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지난 3월 우리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고, 7월에 통일주권을 발행했어요. 내년 상반기에 상장 청구를 해서 하반기에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공모 규모는 200억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은 어디에 쓸 계획입니까. “신규 필름 도광판 등 새로운 사업을 벌여놓은 게 많아요. 사업 다각화를 위한 복안입니다. 이를 위해 기계 구입 등 돈 들어갈 데가 많고요. 물론 설비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 비율도 낮출 계획입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