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작품·스포츠카 맡기고 사업자금 받아…美 신종 대출창구 '고급 전당포'

평균 대출액 1만달러 안팎
미국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재단 이사인 헤더 로빈슨은 지난달 스포츠 의류 사업을 하기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다. 그가 간 곳은 은행도 카드회사도 아닌 전당포. 자신의 집 거실에 있던 조각가 엘리자베스 캐틀렛의 청동 나체 흉상을 들고 뉴욕에 있는 고급 전당포 보로를 찾았다. 그는 이 조각상을 맡기고 월 이자 3.99%의 대출계약서에 서명했고, 곧 1만5000달러를 계좌로 송금받았다.

보로처럼 ‘고급 전당포’로 불리는 신종 담보대출 업체가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업은행들이 소규모 대출을 줄이자 이 같은 제도권 밖의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 은행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급 전당포’는 전통적인 개념의 전당포와 다르다. 귀중품을 맡기고 월세나 기름값 등을 내려는 차원이 아니라 사업자금 대출이나 부동산 구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고객이 맡기는 물건은 고급 샹들리에, 피카소의 작품, 마세라티나 페라리 스포츠카 등 값진 소유물이다. 감정을 통해 대출 규모가 정해진다.

1년이 채 안 돼 사업이 두 배 이상 성장한 보로의 폴 에이켄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절반이 소규모 사업체로 평균 대출액수는 1만~1만5000달러 정도”라며 “100만달러를 빌리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대출금을 갚는 기간은 평균 3~6개월이다. 이 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한 개업의는 “대형 은행은 트위터 같은 대형 딜에만 관심이 있지 동네 치과의사와는 거래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대출업체가 연 200%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뉴욕주의 경우 최대 연 48%, 텍사스주는 연 240%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