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벌고도 못 웃는 삼성…휴대폰·반도체에 '실적 쏠림'

모바일시대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TV패널·가전 비중 갈수록 줄어
삼성전자가 쏘아 올린 ‘사상 최고 실적’의 축포에도 사업부별 표정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무려 10조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모바일’과 ‘비(非)모바일’ 사업 간 격차가 갈수록 확연해지고 있다. IM(IT·모바일)부문이 독주하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DS)부문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쪽으로 급격히 사업중심을 옮기고 있다. 반면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장착한 TV를 비롯해 덩치 큰 소비자가전(CE)부문의 비중은 계속 줄어드는 모양새다.
○휴대폰·반도체만 매출·이익 ‘질주’

3분기 갤럭시를 앞세운 IM부문은 36조5700억원의 매출에 6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8.3%로 전 분기보다 1%포인트 늘었다. 반도체의 선전은 더 돋보였다. 매출 9조7400억원, 영업이익 2조6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2%와 1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를 넘었다. 그러나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의 영업이익은 3500억원(매출 12조500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8%나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12%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 8조900억원, 영업이익 98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매출은 1%, 영업이익은 12% 떨어졌다.

이에 따라 IM·반도체 부문과 CE·디스플레이 부문의 매출 및 영업이익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10조1600억원 중 IM·반도체 부문에서 8조7600억원(비중 86.2%)을 벌어들였다.

CE와 디스플레이가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1%(1조33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3분기엔 CE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이익비중이 20% 수준이었으나 1년 만에 7%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모바일 ‘쏠림’ 현상과 커지는 리스크

사업부문별로 이렇게 양극화된 실적은 전체 IT산업이 모바일 제품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된 흐름을 반영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트렌드 변화의 핵심이다. 1인용이면서 크기에 비해 단가는 비싸다. 갤럭시S4는 출시 6개월 만에 400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신흥시장에선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가 늘었다. 갤럭시 탭3 등 태블릿도 7월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다. 반도체도 시장이 급증한 모바일 쪽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D램의 20나노급 공정 전환을 추진하면서 모바일과 서버, 게임기 분야 제품판매를 늘려 수익을 높였다.

반면 디스플레이패널 부문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증가보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가격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크기가 작은 모바일 디스플레이로 글로벌 TV 수요 부진과 중국시장의 패널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3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4분기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10% 정도 늘 것”이라며 “IM과 반도체 부문의 호조세는 이어지고 디스플레이 부문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매출 및 이익이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과도하게 쏠리고 있는 데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전기, 삼성SDI, 제일모직 등 소재와 부품분야 계열사들도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수익성 저하는 삼성은 물론 글로벌 IT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