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과잉보호 없애고 대기업이 서비스업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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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깜짝 성장'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등 한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함께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급격한 압력 해소(the great decompression)’라는 제목의 26일자 특집기사에서 한국이 ‘압축 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압축성장 후유증'…英 이코노미스트의 처방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인이 이뤄낸 성과에 놀라지 않는 사람은 한국인 자신들뿐”이라며 원인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경쟁 압박, 소수 고용주와 산업에 집중적으로 돌아간 성장 과실에서 찾았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공무원과 전문직, 대기업 취업만을 갈망하면서 18세에는 대학 입학, 25세에는 취업이라는 ‘이중 병목’을 통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교육이 배움보다는 ‘간판’에 집중하면서 취업 적령기 이후에는 개인의 재능이 발휘되더라도 쓸모가 없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높은 교육비와 치열한 경쟁으로 여성이 출산을 꺼리면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 인구 비중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단은 한국 정부와 비슷하지만 이코노미스트의 해법은 한국 정부 대책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줄여 고용 시장을 개혁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번 고용되면 높은 임금에 정년을 누리는 정규직 처우 때문에 취업시장의 경쟁 압력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정규직 고용 관련 규제를 철폐해 비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업종을 제한하는 대신 소매 관광 운수 등 서비스 분야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그룹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의 제조업 진입을 촉진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기업 업종을 제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 방향과는 대조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과외 금지 등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실패했다”며 “압축 성장한 한국이 학부모와 청년의 압박을 덜어주려면 ‘감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