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날아온 명품종이 '피나이더'

임현우 기자의 '그 남자의 명품'
종이에도 명품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공장에서 기계를 돌려 벽돌처럼 찍어내는 A4 용지와는 차원이 다른, 유럽 장인들이 손으로 만드는 명품 종이가 있습니다. 1774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피나이더’입니다. 사실 피나이더는 가죽 가방을 비롯해 지갑 벨트 만년필 같은 명품가죽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이 브랜드의 뿌리는 고급 종이에서 출발합니다.

만년필 등 가죽문구로 유명
피나이더는 창업자 프란체스코 피나이더가 피렌체에 문구 매장을 열면서 시작합니다.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유럽 저명인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프랑스 나폴레옹은 피렌체에 올 때마다 찾아와 직접 쓸 종이와 펜, 잉크를 골랐다고 합니다.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와 세계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사이에 오간 러브레터도 피나이더 종이에 쓰여졌다고 하네요.

피렌체가 이탈리아 수도(1865~1870년)가 되면서 처음 제작된 도시 안내책자의 종이 역시 피나이더였습니다. 행정부와 대사관의 공문서에도 쓰였죠. 수도가 로마로 바뀐 뒤엔 왕가의 유일한 공식 종이 공급처가 됩니다. 이런 명성은 3세기 넘게 이어져 2009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들이 쓴 사무용품을 피나이더가 공급했습니다.
피나이더 종이를 만드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100% 장인들 수작업입니다. 이를테면 워터마크(water mark·로고나 무늬가 비치는 것)를 만들 때도 코튼과 펄프를 체로 걸러낸 뒤 롤러를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죠.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 ‘데클 에지(deckle edge)’ 종이도 마찬가진데요. 데클 에지는 종이를 만든 뒤 크기대로 자르는 게 아니라, 애초에 원하는 크기로 생산하는 걸 말합니다. 가장자리 부분이 판형에서 떼낸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볼 때나 만질 때나 느낌이 더 자연스럽죠.

종이를 염색할 때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천연 색소를 써서 전문가들이 일일이 직접 합니다. 겹겹이 쌓인 종이의 각 면에 균일한 색감을 내는 건 웬만큼 숙련되지 않고선 힘들다는군요. 또 최고 수준의 수공 조각 기법을 자랑하는데요. 15세기 금 세공사이자 판화가인 마소 피니게라가 고안한 ‘니엘로(Niello) 기법’(가열처리를 기반으로 한 수공예 방식)을 잇고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피나이더 조각 장인들이라고 합니다. 올들어 한글 청첩장 서비스

한국에선 올 들어 한글로 된 청첩장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글 글꼴을 준비하는 데만 1년 넘게 시간을 들였다네요. 제작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이뤄지는 만큼 주문 후 받아보기까지 2주~1개월 정도 걸립니다. 청첩장뿐 아니라 돌잔치 초대장, 명함, 안내장, 감사장 등도 주문할 수 있는데 가격은 장당 4000원부터 2만원까지. 2만원짜리 청첩장 받으면 축의금은 얼마 내야 할까요.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