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산업銀이 페소화 채권 발행한 까닭

신흥국서 한국물 높은 인기…조달비용 절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점점 더 다양한 통화로 자금을 조달 중이다.

27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의 외화차입 통화 종류는 2009년 10종에서 2010년 13종, 올해 18종(9월 말 기준)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은행도 2010년 8종이던 해외채권 통화가 올해 11종으로 확대됐다. 위기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통화를 다변화하려는 국내사들의 생각과 경제가 튼튼하고 금리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채권에 투자하려는 해외 금융사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멕시코 페소화로만 각각 7300만달러와 1100만달러를 사모 방식으로 조달했다. 윤희성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해외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3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에도 체코의 한 금융자문회사에 체코 코루나화로 3500만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체코 통화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아시아 최초다.

특수한 통화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은행들은 이를 다시 미 달러로 바꿔서 보유한다. 두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국내 기업들이 달러를 주로 쓰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달러로 직접 빌리는 것과 특수 통화로 빌린 뒤 달러로 바꿔 쓸 때의 금리가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약간씩 차이가 난다. 윤 부장은 “한국계 채권 보유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고, 해외 투자자가 앞으로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로 채권 발행을 타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승원 산업은행 팀장은 “달러보다 특수 통화를 이용할 때 금리가 더 낮아지는 경우가 있어 그런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