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우수기업도 과징금 세게 매긴다

공정위 '솜방망이 처벌' 비판에 감면 혜택 축소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지주사 배당·브랜드 수입…일감몰아주기 해당 안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우수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감면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우수 기업이 불공정 거래시 과징금을 부과받더라도 감면 혜택을 받아 최종 부과액이 줄어들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적자기업 과징금 감면 혜택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CP 등급평가제로 우수등급을 받은 기업에 주는 과징금 감면 인센티브를 줄이는 내용을 담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 상향 방안’을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각종 부당행위에 대한 과징금 요율은 그대로 두고 CP 우수기업에 대한 과징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등 과징금의 여러 감면 조항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과징금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P는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이다. 공정위는 2006년부터 기업들의 CP 운용성과를 평가해 매년 등급을 매기고 있다. 등급평가에 따라 과징금 감경, 직권조사 면제, 공표명령 감경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등급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등급평가 항목은 △최고경영진의 지원 △자율준수지침 작성·배포 △교육프로그램 실시 등이다. 현재 AAA등급을 받은 기업이 불공정 거래시 1회에 한해 과징금 부과액의 최고 20% 감면 혜택을 받는다. AA등급과 A등급 기업은 각각 과징금의 최고 15%, 10%를 줄일 수 있다. 2006년 이후 현재까지 CP를 도입한 기업은 536개(누적 기준)다. 아직 AAA등급 기업은 없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포스코, 풀무원건강생활, 푸드머스 등이 AA등급을 받았다. 삼성물산, 두산건설, 신세계, 이노션,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23개 기업은 A등급을 얻었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적자기업에 대한 감경 혜택 등을 줄여 과징금 부과액을 높일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나 기업 브랜드 사용료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이날 하반기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소득은 거래에 따른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브랜드 사용료에 대해서는 계열기업이 아니면 해당 브랜드를 쓸 일이 없고 경쟁입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사옥 등의 임대료 수입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가 1997년부터 권장한 지주회사 제도에 따라 생긴 LG, GS, 두산, CJ 등 지주회사 12곳도 규제 대상에 올려 논란이 됐다.

노 위원장은 또 대기업집단의 해외 계열사와 연관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주완/주용석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