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가 장난감?…이젠 5배 수익 재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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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원에 구입한 모델, 단종된 후 130만원 판매서울 강남의 건축사무실에 다니는 직장인 김성준 씨(30)는 블록 장난감인 ‘레고’ 마니아다. 어릴 적 갖고 놀던 추억에 2006년 취업 후 한두 개씩 레고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취미삼아 레고를 사모으던 김씨는 단종된 상품들이 희귀본이 되면서 중고시장에서 정상가보다 10배까지 치솟아 거래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2008년 26만원에 구입한 ‘카페코너’란 제품을 2011년 130만원에 팔았다. 이후 김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모델을 고르면 한 개는 자신이 조립하며 즐길 목적으로 사고 나머지 한두 개는 투자 목적으로 소장하기 시작했다.
마니아들 중심 '레테크' 인기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졌던 레고가 단종된 희귀품을 중심으로 성인들에게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레고와 재테크를 합성한 ‘레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레고를 검색하면 판매나 구입을 원하는 글이 매일 100개 이상 올라온다. 레고 전문 커뮤니티 ‘브릭나라’에는 매일 200~300건의 거래 글이 올라온다. 레고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신제품 가격이 20만원 안팎이지만 같은 제품을 여러 개 구입할 정도로 마니아층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레테크가 가능할 만큼 레고 중고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한번 출시된 제품은 덴마크 레고 본사에서 더 이상 제작·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종 후 1~2년이 지나면 단종된 희귀본을 찾는 수요로 거래가격은 시판가격의 평균 4~5배, 최대 10배까지 오른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단종 정책을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상품 중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은 중고 매매가 활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재테크를 목적으로 사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레고 수집 동호인들의 얘기다. 김씨는 “대량 구입자들은 인기를 끌 것 같은 제품이 나오거나 창고 개방 행사를 할 때 승용차에 가득 실을 정도로 구입한다”며 “단종이 빨리 될수록 정상적인 가격 상승폭보다 더 크게 급등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